화학·소재

[K배터리 하드캐리]①균형의 아이콘, LG에너지솔루션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전세계 미래 첨단산업, 친환경 전환을 이끌 핵심 열쇠로 2차전지(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주요 열강들의 패권 경쟁이 나날로 격화 중인 가운데, 그 선두에 자리잡은 건 한국 기업들이다. 배터리 셀과 핵심소재 양대 축에서 ‘제2의 반도체’ 초격차를 만들고 있는 그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 중 가장 균형 잡힌 성장세가 특징인 기업이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기술, 재무, 시장 등 다방면에서 약점을 찾기 어려운 안정성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이에 향후 중국의 고립 가능성이 높아진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실질적 리더의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 또한 높게 점쳐지는 기업이다.

◆ 32년의 배터리 업력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연구에 첫발을 내딛은 건 LG화학 시절인 1992년이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등장한 것이 1년 앞선 1991년이니 국내에선 누구보다 발빠른 투자였다. 이어 1996년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3년만인 1999년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국제 표준규격을 바탕으로 소형 전자기기부터 전기차까지 지금도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폼팩터다.

LG에너지솔루션의 또다른 이정표는 2009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GM 쉐보레 볼트’에 배터리를 공급한 일이다. 당시 GM에 납품한 배터리는 무게 180㎏, 전력량 16㎾h의 리튬이온 폴리머배터리로, 강력한 일본 경쟁사들을 제치고 수주한 ‘쾌거’로 기록된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초기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시장에서 안정적 기반을 닦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됐다. 회사는 여세를 몰아 2012년 미국에 첫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으며 2017년에는 폴란드에 유럽 생산거점을 추가로 확보했다. 2020년에는 배터리 사업의 본격적 확장 및 투자 유치 등을 위해 LG화학에서 물적분할이 결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공식 출범과 더불어 같은 달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설립을 발표했다. 2021년에는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 합작공장을 착공했으며 2022년 미국 스텔란티스, 일본 혼다 등 유력 완성차 업체들과 속속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사업 기반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 중국 외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이 같은 파트너십 강화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점유율 확대로도 이어졌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배터리 출하량(GWh)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14.9%로 2위였다. 1위는 39.1%의 중국 CATL이다.

다만 CATL은 내수 매출 비중이 2022년 기준 약 80%에 이른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내수 매출 비중이 34.2%에 불과하다. 이에 SNE리서치의 중국 외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통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의 점유율을 앞서는 것으로 확인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는 ▲폭스바겐 ▲GM ▲테슬라 ▲볼보 ▲르노닛산 ▲루시드모터스 등 다양하다. 합작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 ▲스텔란티스 ▲혼다 등에서 창출될 시장 점유율 확대와 매출 개선의 기대감도 높다.

주요 투자처는 미국이다. 핵심 고객사 상당수가 미국 기업이고 미국 내 현지공장 투자를 확대하는 파트너 기업이 다수인 까닭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부피가 크고 무거운 제품이다. 완성차 제조공장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

게다가 미국은 올해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발효에 따라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배터리 제조사들은 현금 수령이 가능한 생산세액공제(AMPC)도 노릴 수 있다. 투자비 대비 기대 이익이 크기 때문에 현재 많은 기업이 미국을 전략적 우선투자 지역으로 꼽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과 오하이오주에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1공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얼티엄셀즈는 테네시주 스프링힐의 2공장, 미시간 랜싱의 3공장 등으로 그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오하이오주에는 혼다와의 합작공장도 설립 중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 생산공장 신설 계획도 알리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투자금만 4조2000억원에 달한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용 LFP 배터리 전용 공장에도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해당에서 2025년부턴 전기차용 LFP 배터리도 생산할 계획인 만큼, 향후 회사의 매출원은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저가형 전기차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외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건설 중인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이 있다. 현대차와는 인도네시아 카라왕에 합작공장을 짓는 중이고 유럽 내 주요 생산기지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이다. 중국 난징에도 총 3개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국내엔 오창에너지플랜트 1, 2공장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2022년 확보한 배터리 총 생산능력(Capa)은 200GWh다. 올해는 이를 3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상기한 국내외 공장들의 신·증설 계획이 완료되면 2025년 기준 생산능력은 540GWh에 이르게 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 최대 규모다.

배터리 제조를 위한 핵심 소재 및 부품 주요 공급사는 양극재에서 LG화학, 앨엔에프, 포스코퓨처엠이 꼽힌다.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과 중국의 BTR이 있다. 전해액은 엔캠과 천보, 분리막은 SKIET, WCP 등이다.

◆ 마이너스가 두렵지 않은 흑자경영…재무건전성 ‘양호’

장기적 사업 영위를 위한 회사의 재무 상태도 건전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에서 독립 후 2021년, 2022년 모두 흑자 경영을 지속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2022년엔 전년 대비 43.3% 성장한 25조5986억원의 매출과 57.9% 성장한 1조21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업의 단기채무지급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유동비율은 2021년 100.6%에서 2022년 164.3%로 크게 안정화됐다. 이는 회사가 1년 내에 현금화 가능한 자산의 규모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채무보다 1.64배 더 많다는 의미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빚의 비중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부채비율 또한 2021년 63.2%에서 2022년 46%로 대폭 낮아졌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부채비율은 통상 200% 미만일 때 안정권으로 평가한다. 적어도 당분간 회사가 채무로 발목 잡힐 상황은 아닌 셈.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21년 플러스(+) 9785억원에서 2022년 마이너스(-) 5798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 현금흐름은 기업이 주력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지출한 돈보다 많을 때 플러스, 적을 때 마이너스를 나타낸다. 대개 플러스인 경우가 바람직하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흐름 마이너스는 지난해 배터리 제조사, 소재 업계 전반에서 나타난 공통적 현상이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회사들의 단기 투자금도 대폭 늘어난 까닭이다. 그러나 미래 기대이익이 높은 상황에서 단기적 마이너스 현금흐름은 큰 문제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지출에도 2022년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고가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당해 사업 수주잔액은 385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미국 IRA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가 올해 1분기부터 반영되면서 최근 공개한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03억원의 AMPC 이익을 더한 5329억원을 공시했다.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AMPC로만 총 1조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향후 재무적 관전포인트는 회사가 안정적인 유동·부채비율을 유지하면서 예정된 수익 창출과 재투자를 통한 선순환을 이뤄낼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2023년, 경영·기술·생산 삼박자 고도화에 집중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경영의 핵심 목표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 규모 50% 확대 ▲매출 전년 대비 25~30% 확대 ▲영업이익률 개선 등을 제시했다.

기술적 목표는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및 원통형 신규 폼팩터와 LFP 배터리 등 시장 맞춤형 제품 개발, 배터리 팩 단위 공간활용률 개선, BMS(배터리 관리시스템) 알고리즘 개발 등이다.

현재 가동 및 신·증설 중인 배터리 생산공장들은 인공지능(AI) 예지보전·지능화 기술을 고도화한 스마트팩토리로 나아간다. 이를 통한 수율 안정화는 곧 영업이익률 개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밖에 소재 공급망 강화를 비롯한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 강화, 사내 독립기업 운영을 통한 BaaS(서비스형 배터리), EaaS(서비스형 에너지) 신사업 추진 가속화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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