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땡큐 삼성" 필옵틱스, 배터리 끌고 반·디 밀고 [소부장박대리]

김도현
- 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 투자 효과 기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그동안 디스플레이가 회사 기반이자 성장 틀이었다면 배터리에 이어 반도체를 ‘캐시 카우’로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 17일 경기 오산 본사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강상기 필옵틱스 부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필옵틱스는 광학 및 레이저 가공 기술 기반으로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2차전지 공정 설비를 제작하는 필에너지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필에너지는 필옵틱스와 삼성SDI 합작사로 각각 지분 80%, 20%를 보유 중이다.

강 부사장이 언급한 대로 과거 디스플레이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레이저리프트오프(LLO), 레이저커팅기 등이 핵심 제품이다.

구부리는(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캐리어 글라스 위에 폴리이미드(PI)를 도포한 뒤 박막트랜지스터(TFT)와 증착 및 봉지 공정을 거친다. 최종 단계에서 캐리어 글라스를 떼어내는데 이를 LLO가 담당한다. 레이저커팅기는 이름 그대로 주요 공정이 끝난 패널을 잘라내는 역할이다.

메인 고객은 삼성디스플레이다. 문제는 2010년대 후반 이후 대형 투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필옵틱스는 2020년대 들어 해당 분야 부진이 불가피했다.
강 부사장은 “올해는 고객사의 신규 투자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OLED 홀을 뚫고 커팅하는 제품도 필옵틱스가 담당하기 때문에 (북미 최대 스마트폰 회사가) 홀 디스플레이 적용을 확대하면 관련 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정보기술(IT)용 8.6세대 OLED 생산라인 구축을 의미한다. 이달 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에 4조1000억원을 들여 IT용 OLED 생산능력을 연간 1000만대 확대하기로 했다.

강 부사장은 “IT용 OLED 쪽은 기존 6세대 OLED와 필요한 공법이 다르다. 일부 장비는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고 일부는 기존 제품을 개선해서 납품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OLED에 유기물층을 싱글에서 더블 스택으로 변경한다. 스마트폰보다 교체 주기가 긴 태블릿, 노트북 등에 탑재되는 만큼 애플 등에서 OLED 수명을 늘리기는 원하는 영향이다.

필옵틱스는 접는(폴더블) 디스플레이 보호막인 초박막강화유리(UTG) 커팅기, OLED 핵심 소재 파인메탈마스크(FMM) 사업화도 추진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디스플레이 부문 매출에 기여할 아이템들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다이렉트 이미징(DI) 노광장비, 드릴링 설비 등을 통해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대씩 수주가 이뤄져 고객사 평가가 끝나면 내년부터 대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강 부사장은 “그동안 파일럿 라인을 돌리면서 대응해왔다. 새로운 제품군이다 보니 추가 사양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내년부터 본격 양산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가운데 필에너지가 부상했다. 디스플레이 투자가 사실상 전무하면서 필옵틱스 매출에서 배터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늘었기 때문.

필에너지는 삼성SDI에 노칭과 스태킹 공정 장비를 납품한다. 노칭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극판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는 공정이다. 스태킹은 양극재, 음극재 등 소재를 쌓는 단계다. 측정 및 자동화 물류 시스템도 일부 제공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 속도가 늦었던 삼성SDI가 최근 국내외 증설을 결정하면서 필에너지도 대응에 나선 상태다. 오산 본사 내 신공장을 구축 중인 가운데 타지역에 부지도 확보했다.

최용석 필옵틱스 상무는 “기존 2500억원 규모에서 신공장이 지어지면 또 2500억원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현지법인을 마련해 고객과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필에너지는 삼성SDI 외 해외 배터리 제조사와도 거래를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필에너지 수주 금액은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필옵틱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맞먹는다. 참고로 필옵틱스는 작년(연매출 3040억원)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3년도 기록 경신 가능성이 크다.

최 상무는 “필에너지의 경우 매출 목표가 2025년 4000억원, 2027년 7000억원”이라며 “레이저 노칭기 고도화, 연료전지 시장 진출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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