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중국 비켜" 엔켐, 2029년 전해액 세계 1위 도전 [소부장박대리]

김도현
- 미국·유럽서 연이어 증설…2029년 94만톤 목표
- IRA 여파로 中 기업, 美 진출 제한적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해액 업체 엔켐이 세계 1위 도약에 다가서고 있다. 해외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유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 덕분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엔켐은 2023년 글로벌 전해액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실화하면 전년(5%)대비 2배 늘어나 4위에서 3위로 올라선다. 이 기간 판매량은 4만6000톤에서 11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해액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소재다. 전해질염과 첨가제 등을 조합해 만든다.

과거 전해액은 중국과 일본이 강세였으나 최근 국내 배터리 3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 업체들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회사들이 1~3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엔켐은 ‘톱3’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엔켐은 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이 발효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이미 미국 조지아(2만톤), 폴란드 브로츠와프(2만톤) 공장을 가동 중이다. 엔켐은 두 곳을 각각 14만톤, 4만톤까지 확장할 방침이다.

IRA에 따르면 전해액은 전기차 배터리 부품으로 구분된다. 미국 재무부는 “7500달러(약 980만원)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핵심광물과 부품 비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광물 40% 이상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 부품 50% 이상은 북미에서 생산한 것만 인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엔켐은 ▲미시건주 6만톤 ▲켄터키주 4만톤 ▲테네시주 4만톤 ▲오하이오주 2만톤 등 미국 내 생산기지 4곳을 추가하기로 했다. 오는 2026년이면 미국에서만 30만톤 전해액 생산능력(캐파)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유재성 엔켐 부사장은 “(IRA 발표로) 미국 캐파를 예정보다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과 중국 등에서도 캐파 증대가 한창이다. 올해 헝가리와 튀르키예에 각각 4만톤 규모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기존 후저우(2만톤)에 이어 장가항(4만톤) 공장이 건설된다.

이를 계기로 고객 포트폴리오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은 물론 스웨덴 노스볼트 프랑스 ACC와 베르코어, 노르웨이 모로우배터리 등과도 계약 체결을 앞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CATL과 S볼트 등도 잠재적 거래 대상이다.

일련의 투자를 통해 엔켐은 오는 2029년 판매량을 94만톤까지 늘려 점유율 1위(약 21%)에 등극하겠다는 심산이다. 시장을 장악 중인 중국 경쟁사가 IRA로 인해 미국 진입이 어려워진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해액 원료 공급망 내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유 부사장은 “첨가제는 미국 휴스턴 등에서 조달할 수 있다”며 “전해질염이 문제인데 미국과 한국에서 내재화해서 미국 공장에서 쓰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만 중국 원료를 쓰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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