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 ESG 채권 연타석 홈런…신용·브랜딩 제고 ’일거양득’ [소부장박대리]
- 올해 2월 4000억원, 4월 3000억원 등 ESG 운영자금 총 7000억원 확보
- ESG 채권 발행 조건 까다롭지만 흥행 시 유무형의 기대효과 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포스코퓨처엠의 ESG 채권 중심 자금조달 시도가 성공리에 이어지고 있다. 최근 ESG 채권의 인기가 시들했던 가운데 거둔 높은 경쟁률이 특징이다. 이로써 안정적인 투자 자금 확보 및 확고한 친환경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부가 효과도 톡톡히 얻게 됐다.
포스코퓨처엠은 21일 배터리 업계 최초로 ESG 채권의 일종인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채권 수요 흥행에 따라 최종 규모는 당초 1500억원에서 2배 높아진 3000억원으로 결정됐다. 최초 모집금액 7.1배에 달하는 1조600억원의 자금이 몰린 점이 인기를 실감케 한다.
ESG 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에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채권이다. 사용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된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제조사업이 새로 도입된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 중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적응 등에 포함돼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대상이 됐다. 이는 일반 ESG 채권과 달리 환경부에서 연간 최대 3억원의 이자 비용을 분담하며 사전 심사와 분류를 거치므로 친환경 위장 행위를 뜻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의혹에서도 자유롭다.
ESG 채권은 일반 회사채보다 발행 및 관리조건(사후 보고 등) 까다롭다. 적잖은 심사 비용과 심사 기간 등도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 금리 부담까지 높아진 지난해부터는 발행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채권자들 입장에서도 특별한 프리미엄은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자신 있는 회사라면 굳이 ESG 채권을 선택할 이유는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상반기에만 ESG 채권으로 총 7000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회사가 2022년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2.5배 규모다. 앞서 지난 2월 4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고 당시에도 예상 밖 수요가 몰려 최초 모집금액인 2000억원의 2배를 조달했다. 이후 2개월 만에 추가로 실시간 ESG 채권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친 셈이 됐다.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한 포스코퓨처엠의 ESG 채권은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저금리 형성에도 성공했다. 2000억원의 만기 3년물, 1000억원의 만기 5년물은 각각 개별민평금리보다 -0.09%p, -0.21%p 낮게 발행된다. 개별민평금리는 민간채권회사들이 평가한 금리 평균을 의미한다.
채권은 그 자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단기차입과 비슷하지만, 발행 규모나 이자 관련 규칙, 상환 시기를 기업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입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번 경우처럼 흥행에 성공하면 저금리에 대규모 자본을 부담없이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자금 조달 방안이 된다.
더불어 ESG 경영을 강조하는 회사라면 ESG 채권 발행은 회사가 ESG 경영 및 사업에 직접적 관심과 활동을 진행 중임을 드러낼 수 있는 유형의 수단이 된다.
지난 수년간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를 받을 때도 해외 투자자들은 ESG 활동 이력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퓨처엠과 같은 양극재 제조사들의 미국 등 해외진출 필요성은 최근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기업 친환경 브랜드의 대외적 평판 제고는 덤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도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 나아가는 일환으로 녹색 채권을 지속 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사업 성장성,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이들의 채권이 높은 수요를 형성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재무 안정성이 낮다면 채권자들 입장에선 위험을 무릅쓰고 채권을 사들일 이유가 없다.
이번 ESG 채권의 증권보고서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포스코퓨처엠의 재무적 안정성, 수익성 및 성장성 지표가 2019년 이래 안정적으로 이어져 온 점이 확인된다.
기업이 1년 내 갚아야 할 빚 대비 보유한 유동자산 비율을 뜻하는 유동비율은 안정권인 200%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부채비율 또한 100% 미만으로 안정적이며, 배터리 소재 시장 급성장에 따라 영업이익 증가율도 높은 편이다.
한편 이번에 조달한 금액은 전액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공장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구체적으론 2023년~2024년까지 포항 양극재 공장 1단계 투자에 3303억원을 투입해 NCMA 양극재 생산 투자에 나선다. 이 중 2000억원이 ESG 채권으로 충당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올해 삼성SDI와 체결한 10년간 40조원 규모의 NCA 양극재 공급을 위한 공장 증설 투자에 3920억원을 투입하며 1000억원을 ESG 채권으로 부담한다.
포스코퓨처엠 윤덕일 기획지원본부장(부사장)은 “지난 2월 ESG 채권 발행에 이어 이번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으로 회사의 성장성,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다시 확인했다”며 “기업시민 경영 이념과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 전환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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