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일반

"직장 상사 출신대 알고 존경심 안생겨"…무개념 글, 온라인서 뭇매 [e라이프]

양원모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직장 상사가 비(非)명문대 출신임을 알고 난 뒤 상사가 하는 말이 우습게 들린다"는 명문대 출신 부하 직장인의 글이 공분을 사고 있다.

능력과 무관하게 자신의 출신 대학 서열로 타인과 비교하려는 것이 한심하다는 의견이 주류다.

혹자는 "상대방이 이룬 사회적 성과를 무조건 '어디 대학 출신이냐'며 출신 대학의 평판과 연결시켜 판단하려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 자체가 이미 스스로 학벌 컴플렉스에 갇혀있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큰일이다. 사수 대학을 알고나서부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형 건설사에 재직 중인 글쓴이는 이른바 'SKY 대학' 가운데 한 곳을 졸업하고 대학원 가기 싫어서 취업한 지 3개월이 넘었다며 "최근 사수(직장 상사) 대학이 서울 중위권 대학이라는 것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대를 무시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대학생 때 ○대와 (내가 졸업한 대학은) 클래스가 달랐다고 생각해서 뭔가 잘못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글쓴인느 "사수가 하는 말이 다 우습게 들리려고 하고, 내가 이상한 거 알겠는데 어쩔 수 없다. 그냥 대학원 갔다가 다시 앞날을 생각하는 게 나으려나"라며 "공대인데 사무실 근무가 맞아서 지금 일에 적성이 맞긴 한데 (사수에 대한) 존경심이 안 생긴다"고 난감해 했다.

해당 글 밑에는 43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소수의 옹호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글쓴이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인생에서 잘한 게 명문대 간 것밖에 없는 것 같다"며 "나도 글쓴이와 비교해 학벌 아쉬울 거 없는 사람이지만, 정말 못난 것 같다"며 일침을 놨다.

또 다른 이용자는 "글쓴이 팀 내나 아니면 가까운 곳에서 소문 좀 날 것 같다. 회사 어떻게 다니냐고 그러느냐"며 걱정스러워 했다. 그러자 글쓴이는 "어차피 (회사) 오래 다닐 생각 없다. 나가면 그만"이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9월 '2022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학벌주의'를 꼽았다. 학벌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분위기가 니트족(NEET·청년 무직자) 양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0년 만 19~75세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 교육개발원 교육연구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58.8%(2352명)는 "대학 졸업장 유무에 따른 차별이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또 58.5%(2339명)은 "학벌주의는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더 심화할 것"이라는 응답도 20.5%에 달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 서열화가 학력과 학벌주의 사회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고착화한 대학 서열화 문제를 타파할 수 있는 과감한 대학 체제 개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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