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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라이브로 생중계된 10대의 극단 선택…'예고된' 참사였나 [e라이프]

양원모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10대 여고생이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켠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발단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과거 비슷한 사례를 고발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자살 카페'로 변질된 해당 커뮤니티에 폐쇄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30분쯤 역삼동 19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10대 학생 A양이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 TV 등에 A양이 혼자 이동한 정황 등이 남아 있어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A양이 자신의 투신 과정을 인스타그램으로 생중계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 글들에 따르면 이날 A양 옆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게시판)에서 만난 남성 B씨가 있었다.

B씨는 A양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모의하고 빌딩 인근까지 동행했지만, 마지막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사망 이후 우울증 갤러리에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고발성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심적으로 취약한 여성 갤러리 이용자들을 가스라이팅해 성적으로 유린하는 '그루밍 성범죄'가 횡행했으며, 실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도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한 이용자는 갤러리에 문제성 게시물을 올렸던 닉네임들 수백개를 정리한 뒤 "기자들에게 전달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으로 계기로 '게시판 폐쇄'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울증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환자들 간 아픔을 위로한다는 취지로 생긴 게시판이 오히려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거나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우울증 갤러리에서) 마약, 성폭행, 성착취 등의 피해 사례가 있었다는 걸 몇 년 전부터 들어왔다"며 "하루빨리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우울증 갤러리는 과거에도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지난해에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음란 사진에 합성하는 이른바 '능욕' 사건이 발생해 도마 위에 올랐으며, 갤러리에서 파생된 단체 채팅방 참가자들이 모임에 참석해 미성년 여성들에게 마약을 투여하고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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