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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저작권단체, 일부 방송사업자 고발…계약방식 놓고 갈등 고조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단체가 정부의 개선명령에도 불구, 방송사업자들에 부당한 계약 체결을 강요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최근 경찰 고발에 나섰는데,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일방적인 계약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부당한 계약 체결을 강요한 사실이 없으며, 당초 방송사업자와 협의해 만든 계약서이기에 "부당하다"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은 최근 음저협이 관리하는 음악을 장기간 무단 사용한 혐의로 일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경찰에 고발했다.

음저협은 협회에 등록된 음악 저작물을 사용하는 사업자와 이용 허락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업자들과 음악 저작물 무단 사용 문제를 두고 오랜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음저협 측은 이번 경찰 고발도 그 연장선상에서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의 내용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업자에겐 현재 징수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합의 내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음에도 불구, 개국 이래 단 한 차례도 이용허락을 받지 않고 장기간 협회 관리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업자를 대상으로만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 방송사업자 울리는 음저협 계약서…관리비율 지적에 ‘신탁비율’ 적용

하지만 PP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음저협이 경찰 고발한 사업자 외 다른 사업자들을 상대로도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압박성 공문을 보내며, 일방적인 조건의 계약 체결을 요구해 왔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음저협이 징수규정안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 ‘음악저작권 신탁비율’(이하 ‘신탁비율’)을 계약서상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8월14일까지 지상파·케이블TV(SO)·IPTV(인터넷TV)·PP 등 40개의 방송사업자와 신탁비율이 아닌 ‘음악저작권 관리비율’(이하 ‘관리비율’)을 반영해 재계약을 체결하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시정사항을 무시했다는 설명이다.

음저협은 앞서, 방송사업자의 저작권사용료 계약에서 ‘관리비율’을 적용해왔다. 음저협이 제출하고, 문체부가 수정·승인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이하 ‘징수규정’)에 의거한 것이다.

관리비율은 방송사업자가 이용하는 총 음악저작물 중 음저협이 관리하는 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율로, 최종 저작권사용료는 ‘매출액×음악사용료율×조정계수×관리비율’에 따라 산정된다. 관리비율이 높아질수록 저작권사용료 역시 높아지는 구조다.

음저협은 관리비율이 ‘97%’라고 주장해왔다. 문체부에 따르면 음저협은 2021년 방송사업자와의 계약건(203건) 중 200개 계약 건의 관리비율을 90% 이상, 주로 97.28%로 설정했다.

하지만 실제 관리비율은 이보다 낮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는 2021년 6월 음저협이 KBS와 MBC를 상대로 낸 저작권사용료 청구 소송에서 “음저협이 적정 수준보다 높은 비율을 적용해계산서를 사업자들에 청구해왔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근거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이 추정한 음저협의 적정 관리비율을 각각 80.59%, 81.47%이다. 이처럼 관리비율이 문제가 되자, 음저협이 ‘관리비율’을 대신해 ‘신탁비율’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계약서에 적용하고 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문체부가 발표한 지난해 업무점검 결과에서도 음저협은 20개 방송사업자와 여전히 신탁비율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비율은 ‘이용자가 이용한 국내 음악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의 관리저작물 중 협회의 관리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율’로, 기존 관리비율보다 분모가 작다.

이러한 신탁비율을 적용하는 경우 분모가 작아져 저작권사용료 징수액은 오히려 높아진다는 점에서 업계는 일종의 ‘꼼수’라고 지적한다. 특히 신탁비율은 징수규정에 없는 개념으로, 음저협은 앞서 관리비율을 신탁비율로 징수규정 개정을 요청했지만 문체부 역시 이를 불허했다는 설명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음저협은 협상력이 약한 사업자를 우선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문을 보내며 일방적인 계약을 체결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하면서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문체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저작권법 109조에 따르면 승인된 사용료 이외의 사용료를 받은 경우 정부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업무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음저협, “관리비율 계측 방법 없어” 반박…정부 “양측 의견 살필 것”

음저협은 관리비율이 아닌 신탁비율을 계약서에 적용한 것에 대해 “실제 관리비율을 계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음저협과 방송사 간 소송 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법원조차 징수 규정의 산식에 따라 관리비율을 산출하지 못했다”라며 “IPTV3사와의 소송에서는 관리비율을 측정하는 대신 음저협과 함께하는저작권협회의 합의 관리비율을 적용했다”고 PP업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아직 관리비율에서 신탁비율의 징수규정 개정을 문체부가 불허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음저협이 신청한 징수규정 개정 건은 심사대기 중이며 심사가 완료된 후에야 승인 또는 불승인이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는 저작권법상 양측의 입장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는 만큼 양측의 의견을 모두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저작권법상 사전허락을 받지 않고 음원을 무단 사용한 부분에 대해선 양측의 법적 공방이 있을 수 있다"며 "시정명령 위반사항과 관련해선 현행법상 영업정지·과징금 등의 제재를 하고 있고, 실제 (음저협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시정을 독려하고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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