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스마트워치는 보약이 아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역설 [디지털&라이프]

신제인
-애플 건강 앱, 수면 이어 ‘감정’도 추적 계획
-“웨어러블, 강박으로 작용...오히려 역효과” 우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잠을 잘 자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숙면을 방해하는 근심과 걱정, 스트레스가 없다는 의미이기때문이다. 또한 몸이 아프면 숙면에 들 수 없다.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야만 숙면이 가능하다.

그러나 잠들기전까지 모니터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게 일상인 현대인에게는 수면 장애와 만성피로가 줄줄이 따라다닌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바쁜 일정 속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 애쓸수록 정신이 맑아지고, ‘당장 끝내야 하는 데…’ 벼락치기 공부를 할 때면 의지와는 달리 자꾸만 눈이 감긴다.

수면 시간과 체력을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워치(Smart Watch)의 초창기 인기는 이런 기대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 기업들도 이 점을 마케팅의 주요 키워드로 내걸고 있다.

◆‘갓생’ 살고파… 식을 줄 모르는 웨어러블 열풍

출처= 애플
출처= 애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웨어러블 시장의 열기가 여전히 거세다.

최근엔 웨어러블 기기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반지로 된 스마트 링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 역할도 점차 확대되면서 걸음 수, 심박수, 체온, 수면패턴과 월경 주기도 모자라 머지않아 감정까지도 추적하고 나선다.

최근 애플이 ‘쿼츠(Quartz)’라는 코드명의 AI 건강 코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 언론들은 앞다퉈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용자가 매일 그날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기분을 기록하고, 향후 기기가 알고리즘을 통해 말투와 입력 단어 등으로 기분을 파악,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는 건강 관리, 오히려 더 스트레스될 수도"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친 ‘디지털화’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심리적 건강을 다루는 문제에서는 웨어러블 기기가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관련 미국의 기술전문매체 '더 버지'는 최근 "건강 관리 차원에서의 기술이 한편으론 강박으로도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예를들어, 애플 워치(Apple Watch)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과 수면습관을 관리하고 싶어하는 주 고객층은 바쁘고 예민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들에게 쏟아지는 ‘건강 앱’ 알림과 추적되고 있다는 부담감이 정신 건강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명상을 돕는 VR(가상현실)에 대해서는 “공원에 누워 하늘의 구름을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죄가 없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해 마치 보약처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과도하고 잘못된 확신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기업들의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산책과 반신욕… 웨어러블 디바이스 밖에서 찾는 마음 건강

실제로 잠을 잘 자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잠 들지 못하도록 한다는 역설은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이야기다.

일부 수면 전문가들은 숙면을 취해야 한다는 강박이 입면을 방해한다고 설명하며 반대로 ‘잠에 들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수면법을 권하고도 있다.

개인의 수면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워치보다, 깨어 있는 동안 잠깐의 운동과 반신욕, 편안한 마음가짐을 위한 노력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울감,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은 햇빛을 쬐거나 걷기와 같은 가벼운 신체 활동만으로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연구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예로부터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결국 수십만원 가격의 웨어러블 기기들도 건강을 담보하진 않는 셈이다. 어쩌면 디지털의 한계를 직시할 때, 비로소 그 효과도 더 커질 지도 모른다.

차라리 잠시라도 디지털 디바이스를 멀리 두고, 바깥 공기를 마시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신제인
jane@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