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SK 적자 날만 하네"…D램 가격 1년새 58%↓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 감산 효과 아직…업계 "2분기부터 나타날 것"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메모리 가격은 끝을 모르게 떨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이 일찌감치 감산에 돌입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업계 1위 삼성전자까지 합류한 만큼 2분기부터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30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8기가비트(Gb) 1G*8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1.45달러다. 전월대비 19.89% 감소했다. 전년동월(3.41달러)과 비교하면 57.5%나 빠졌다.

해당 제품으로 고정거래가를 측정한 건 2016년 6월부터다. 지난 2019년 12월 2.81달러가 역대 최저가였으나 지난해 10월(2.21달러)에 갱신됐다. 이후 올해 1월(1.81달러), 4월(1.45달러)에 재차 낮아지면서 분기마다 최저점을 찍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공급사들이 생산량을 줄였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격이 약 20%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흐름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서버, 정보기술(IT) 기기 등 주요 시장이 가라앉은 탓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꾸준히 하향 중이다. 4월 말 메모리카드용 낸드 범용제품 128Gb 16G*8 멀티레벨셀(MLC)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6월(3.01%)부터 7월(3.75%), 8월(1.67%), 9월(2.55%), 10월(3.73%), 올해 3월(5.12%)까지 연이어 축소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발표한 평균판매가격(ASP)도 마찬가지다. 현물가와 달리 서버용 등 비중이 큰 제품까지 포함한 만큼 실제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삼성전자는 1분기 D램과 낸드 ASP가 각각 10% 중반, 10% 후반 떨어졌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D램 10% 후반, 낸드 약 10%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양사 실적도 크게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다루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2023년 1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13조7300억원, 4조58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반도체 사업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연속 적자를 낸 지난 2008년 4분기(6900억원 손실)와 2009년 1분기(7100억원 손실)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적자의 늪에 빠졌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손실 규모는 지난해 4분기(1조7012억원)보다 2배 확대됐다. 두 회사와 메모리 빅3에 속하는 마이크론도 적자다.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는 메모리 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빅3 재고자산이 수십조원에 달했으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분기까지 고객 재고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연달아 웨이퍼 투입량을 줄였기 때문에 반등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일찍 재고 조정을 시작한 세트 업체부터 수요 회복이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도 있다. 2분기에는 재고 소진이 이어지고 고객 재고 피크아웃이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메모리 업체들은 하반기 반전 카드로 로우파워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X, 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3 등 차세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감산 등 투자 축소를 진행하면서도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줄이지 않기로 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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