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앨엔에프 “美 진출 왜?...자동차 업계가 원해”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엘앤에프 대구 기술 연구소. (출처=엘앤에프)

- 2025년 엘앤에프 매출 30%는 자동차 고객사에서 창출
- 미국 외 유럽 투자도 진행 중…“올해 들려줄 뉴스 많다”

“지금 미국에 가면 이윤을 남기지 못할 수 있다. 어쩌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덕분에 한국보다 이윤이 좋을 수도 있지만 법안의 불확실성도 크다. (IRA) 보조금을 못 받으면 손해니까 고민이 더 필요하다. 그래도 왜 미국 진출을 고려하나? 자동차 업계가 요구하기 때문이다.”

엘앤에프(L&F)는 10일 진행된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진출을 고민하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엘앤에프를 비롯한 국내 양극재 업체들 입장에서 미국 진출은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 지난 4월 공개된 IRA 세부지침은 양극재를 ‘핵심광물’로 분류, 미국 현지가 아니라 미국과 IRA를 맺은 국가에서 40% 이상(2023년 기준)의 제조 부가가치만 만들면 세액공제 조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품 제조사들과 달리 핵심소재 업체들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국내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단기 수익성 유지엔 더 유리하다.

비용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재 미국은 인건비를 포함해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이다. 영업 이익률이 높지 않은 소재 업계에서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올해 1분기 엘앤에프는 환율 하락 영향과 전환사채(CB)에 평가손실이 발생, 손익마저 악화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엘앤에프는 자동차 업계를 통해 확보 가능한 미래 매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컨콜에서 언급된 것처럼 업계의 현지 진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면 신규 고객사 선점 측면에서도 미국 진출을 고려할 만한 카드다. 이날 엘앤에프 IR 담당자는 “2025년 이후엔 자동차 고객사가 매출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엘앤에프의 주 고객사는 양극재를 활용해 배터리 완제품을 만드는 배터리 제조사들이다. 그러나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자동차 업체들 또한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다.

엘앤에프와 테슬라의 계약이 좋은 예다. 엘앤에프는 지난 3월 테슬라와 총 3조8000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세계 브랜드의 다양한 전기차 제조 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미국 내 생산거점 마련은 엘앤에프의 신규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엘앤에프는 이미 지난해 미국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인 레드우드머티리얼과 미국 현지에 양극재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해당 건은 정부의 반대로 보류 중인데, 엘앤에프는 여전히 단독공장 설립을 비롯해 다양한 현지 진출 옵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투자도 진행 중이다. 엘엔에프 측은 “올해 들려줄 뉴스가 많을 것”이라 귀띔하기도 했다.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도 엘앤에프가 중장기 사업 전망에 자신감을 갖는 배경이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차세대 양극재 시장을 주도할 단결정 제품의 양산 준비가 완료된 상황”이라며 “우리는 경쟁사들보다 앞서 니켈 함량 90% 이상의 단결정 양극재 생산이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단결정 양극재는 기존 다결정 양극재보다 화재 안정성이 높고 에너지 밀도와 기대 수명이 높다. 니켈 함량 확대 측면에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양극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열쇠로 꼽힌다.

핵심광물 및 주요 소재 공급망 확보 투자도 순조롭다. 엘앤에프는 지난 3월 홍콩에 본사를 둔 시노리튬 머티리얼즈와 국내에 리튬 정제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관련 준비가 잘 이뤄지고 있단 설명이다.

또 양극재 핵심 소재인 전구체는 탈중국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엘엔에프의 주요 전구체 파트너는 중국의 CNGR이지만 경쟁력 있는 한국 업체와도 전구체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 및 IRA 법안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자료=엘앤에프 2023년 1분기 실적 설명회.

한편 엘앤에프의 2023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2% 증가한 1조362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3.8% 감소한 40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218%에서 152%로 감소하고, 부채비율은 90.9%에서 177.5%로 증가하는 등 재무지표는 다소 악화된 상황이다.

엘앤에프는 “출하량 증가로 2분기도 매출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영업이익은 원료 가격 변동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자금 조달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생산능력(CAPA) 확대 준비가 완료됐고, 리튬 및 전구체 사업 등 앨엔에프의 차별화된 클로즈루프 확보 또한 순조롭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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