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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산 전기차 화재 원인? 전문감식팀 “배터리 열폭주 추정”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부산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로 전소된 전기차.

지난 4월 말 부산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원인은 충전기나 기계 및 전기적 결함보다는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디지털데일리>가 25일 부산시에서 입수한 화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에서 확인된 다수의 정황은 배터리 열폭주가 발화 열원이란 판단에 힘을 싣고 있었다. 전문감식반도 최종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열폭주 추정을 기재했다.

화재가 발생한 건 지난 4월30일 밤 11시40분경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내 아파트 지하1층 주차장이다. 한 입주민이 전기차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을 목격 후 119에 신고했고,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시작됐다.

불은 약 30분만에 진화됐으나 이 화재로 사고 차량이 전소됐다. 또 주변 차량 5대가 반소 및 부분소되는 다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전기차 차주에 따르면 충전을 시작한지 불과 20분만에 일어난 사고였다.

최초 제보자가 찍은 차량 발화 시점의 모습. [자료=화재현장 조사서]

◆ 감식팀 "전기차 충전기, 전기계통 문제로 보기 어려워"

이 사건을 두고 부산 화재 조사 전문감식팀은 화재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우선 ‘가스누출’ 가능성에 대해선 배터리 팩 내부에서 오프가스(off-gas, 가연성 탄화수소 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보이나 발화의 1차적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방화’ 가능성은 CCTV 분석 결과 주변에 방화 도구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차량 하부 배터리팩에서 발화된 점에 따라 배제할 수 있다고 봤다.

사람에 의한 인적부주의 역시 소유자가 충전기를 꽂는 것 외에 특이 행동이 관찰되지 않은 점에 미루어 원인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보다 최초 목격자의 진술과 촬영된 사진, 화재의 소손 형태로 보아 전기차에서 최초 발화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우선 충전기와 전원코드 접속부, 차량 후방의 충전장치와 인버터, 구동모터 부위에 아크흔이 나타나지 않은 점이다. 아크흔은 합선 혹은 단락 등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전선이 녹으면서 나타나는 원형 흔적이다. 이는 전기차 충전기를 최초 발화지점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자료=화재현장 조사 보고서]

또한 차량 소유주 진술에 따르면 충전은 배터리 잔량 40% 수준에서 이뤄졌다. 충전 앱 상으로도 충전량은 0.01kW에 불과했다. 과충전으로 인한 발화 가능성을 낮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재 후 촬영된 충전기 전원코드 접속 상태, 인버터 배선 체결 형태, 배터리팩 전원 접속부에도 특이점이 없었다.

조사팀은 최초 신고 사진과 배터리팩 커버의 소훼 형태로 볼 때 우선 조수석 방향의 배터리팩 내부에서 열에 의해 취약해진 알루미늄 재질 커버가 압력에 의해 파손된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 배터리 셀 외부로 이탈한 배터리 및 동박의 형태를 보면 내부에서 발생한 열폭주 화염이 외부로 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감식팀은 열폭주 원인이 셀 자체의 결함이나 손상인지, 충전과 관련된 제어기능(BMS)의 문제인지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명시했다. 화재 차량은 합동감식 후 제조사에서 수거했으며 이후 추가 감식과 리콜 필요성 등의 판단은 TS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 마이브 "추가 조사 남았다" 삼성SDI "배터리는 원인 아냐"

화재 발생 차량은 마이브의 초소형전기차 ‘M1’ 2020년식이다. M1에 탑재된 배터리는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로 확인됐다. 해당 화재 이전 동일 차종에서의 화재 사건기록은 없다.

마이브 관계자는 "현재 1차 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TS한국교통안전공단과 배터리 전문 업체 등이 추가 감식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며 "원인이 특정되지 않은 만큼 입장 표명이 조심스러운 단계"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SDI는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해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제3의 전문업체(배터리 패커 등)를 통해 분석한 결과 전동 부품에서 발생한 불이 확대된 것이란 입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화재는 차량 후미에서 나기 시작했고 배터리 위치는 차량의 중간 지점”이라며 “만약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었다면 차량 중간에서 먼저 불이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진상 촬영된 불길은 차량 옆면인지 뒷면인지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상태다.

삼성SDI는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됐다면 안전 장치가 가동돼 기화성 가스가 실내에 먼저 채워진 뒤 셀 폭주에 의한 폭발과 화염 발생이 일반적인 순서"라고도 설명했다. 이 경우 고열로 인해 차량 문 내 몰딩부터 연소돼 천장을 향해 기화되는데 화재 차량의 몰딩 손상은 적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전기차 화재 중 상대적으로 빠르게 소화가 이뤄진 점 ▲배터리 일부 형상이 그대로 보존된 점 등도 배터리를 발화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삼성SDI의 입장이다.

한편, 이번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열폭주는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배터리팩 손상 시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고온으로 치솟으며 불이 번지는 특징이 있다. 배터리의 전기·화학적 특성상 열폭주로 한번 불이 붙으면 진화가 쉽지 않아 전기차 화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다만 열폭주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내외부적으로 다양해 특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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