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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여도 투자" SKC, ISC 인수 추진…변수는?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기자
ISC 신사옥 조감도 [사진=ISC]
ISC 신사옥 조감도 [사진=ISC]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C가 반도체 부문 강화에 나선다. 기존 분야에서 영역을 넓히기 위해 인수합병(M&A) 카드를 검토 중이다. 합류 이후 핵심 자회사로 자리매김한 SK넥실리스(구 KCFT) 사례를 재현하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초기 단계인 만큼 풀어야 할 숙제가 남은 상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최근 ISC 최대주주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PE) 및 M캐피탈 보유 지분(총 31.56%) 전량을 인수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ISC 창업주 정영배 회장 지분(7.88%) 등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 [사진=ISC]
반도체 테스트 소켓 [사진=ISC]

◆테스트 소켓 강자 ISC, 반도체 사업 키우는 SKC

이번 사안에 대해 SKC는 “반도체, 2차전지 소재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며 “ISC도 타깃으로 검토 중인 업체 후보 중 하나로 MOU를 맺어 협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ISC 역시 “SKC와 지분 매각 관련 협의 중이나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줄 수 있는 기업으로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SC는 반도체 테스트 부품인 실리콘러버 소켓, 포고핀 소켓 등을 다루는 업체다. 테스트 소켓이란 반도체 집적회로(IC) 양품 여부를 판단하는 전기적 성능 테스트 시 검사 장비와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접촉 물질이 실리콘이냐 핀이냐에 따라 나뉘고 각각 메모리, 시스템반도체에 주로 쓰인다.

ISC의 경우 실리콘러버 소켓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프로웰 인수한 뒤 포고핀 소켓 사업도 키워나가고 있다. 고객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퀄컴, 인텔, AMD,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도 두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SKC는 자회사 SK엔펄스를 필두로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화학기계연마(CMP) 패드, CMP 슬러리, 블랭크 마스크 등이 주요 제품군이다. 최근에는 앱솔릭스를 통해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글라스 기판 사업을 준비 중이다.

ISC를 품는다면 앱솔릭스와 함께 반도체 후공정 분야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ISC가 신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연성동박적층판(FCCL)은 SK넥실리스가 생산하는 동박이 원재료이고 같은 그룹사인 SK하이닉스가 ISC 고객이기도 하다.

[사진=SKC]
[사진=SKC]

◆“인수하면 좋지만”…고민 깊어질 SKC

직간접적인 시너지가 예상되는 가운데 변수는 ISC 몸값이다. 헬리오스PE는 ISC 지분을 지난 2021년 7월 인수한 바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재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2년도 지나지 않은 점,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 등을 감안하면 헬리오스PE로서는 급할 게 없다는 업계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국내외 유수의 업체와 거래 중인 점, 중장기 반도체 반등에 따른 테스트 소켓 성장성 등을 따져봤을 때 헬리오스PE와 SKC가 생각하는 가격에 대한 격차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ISC 기업가치를 1조원 내외로 평가하면서 이번 지분 인수 금액이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SKC가 SK넥실리스 증설을 비롯해 반도체,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점이다. 앞서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지분 매각으로 현금자산을 확보했으나 해당 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부분도 부정적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ISC 주요 매출처 중 한 곳이 삼성전자라는 것이다. ISC 매출 30%는 메모리, 70% 시스템반도체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1위이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2위다. ISC가 SK그룹으로 편입되면 이전처럼 관계를 지속하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ISC는 “어떤 회사에 인수되더라도 국내외 주요 고객과 거래 관계는 아무 문제 없다”고 밝혔으나 과거 사례를 돌이켜보면 일정 부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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