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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분리막 제조사 WCP, 탄탄한 재무구조 눈길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충청북도 충주시 대소원면에 위치한 WCP 본사. [사진=WCP]
충청북도 충주시 대소원면에 위치한 WCP 본사. [사진=WCP]

- 분리막 기술력 ,생산성, 재무상황 이상 無...단일 고객사로 저평가

- 연내 글로벌 신규 고객사 확보 기대↑ 북미 진출도 청신호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국내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인 WCP가 높은 영업이익률과 안정적인 재무, 신규 고객사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상장 후 꾸준히 ‘저평가 기업’이란 꼬리표가 따르는 가운데 공모가 이하의 주가도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WCP의 주력 생산품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은 2차전지(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양극재, 분리막, 전해액, 음극재) 중 하나다.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수인 분리막 산업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양질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지닌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한다. 더불어 전세계 배터리 부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WCP도 지난해와 올해 좋은 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월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WCP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50억원, 영업이익은 160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1%, 240.4%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이익률이다. WCP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증권가에서 예측한 18%를 상회한 21.4%다. 같은 기간 국내 분리막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경쟁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1428억원의 분리막 매출을 거두고도 영업이익은 18억원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재무적으로도 여유가 보인다. 1분기 기준 WCP의 유동자산(현금화 용이) 규모는 총 4395억원, 이 중 현금성자산(2325억원) 비중은 절반 이상인 52.9%다. 반면 유동부채 규모는 1226억원으로 단기 채무부담은 미미하다. 전체 부채비율은 15.3%에 불과하다.

현금흐름 또한 양호하다. 1분기 WCP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 217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1197억원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분리막 사업으로 유입된 현금이 유출된 현금보다 많다는 의미다.

WCP의 높은 영업이익률과 견조한 재무상황은 자체 기술력과 핵심 고객사인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호조에 기인한다. 기술 측면에선 주요 경쟁사들보다 높은 ‘생산성’이 강점이다. WCP는 분리막 두께를 보다 효율적으로 얇게,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축차연신’ 기술과 분리막 내열성을 강화하는 ‘양면코팅’ 기술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WCP의 분리막 생산 설비. [자료=WCP]
WCP의 분리막 생산 설비. [자료=WCP]

두 기술은 국내 경쟁사인 SKIET도 보유하고 있는데 WCP는 추가로 ‘광폭생산’ 기술 및 설비 보유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WCP가 보유한 생산설비의 폭은 세계 최대 사이즈인 5.5m다. 국내외 경쟁사들의 생산설비 폭이 평균 2.7m에서 4.2m임을 감안하면 더 많은 고품질 제품을 단기간에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

WCP의 성장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WCP는 2017년 충주 공장에 1, 2라인 착공을 시작으로 2019년 2월부터 분리막 양산을 시작했다. 때맞춰 시장 내 분리막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1년 총 6개 라인까지 생산시설이 확대됐다. 올해는 7, 8라인이 추가로 완공될 예정이다.

1분기 기준 WCP의 연간 분리막 생산능력(CAPA)은 8억2000만㎡이다. 7~8라인과 유럽 헝가리 생산라인 증설이 완료되면 2025년 총 23억㎡의 생산능력을 갖게 될 예정이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9배 증가한 WCP의 설비투자(CAPEX) 규모의 배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에도 WCP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는 박하다. 지난해 9월 기업공개(IPO) 추진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대어' 취급을 받았지만 결국 예상보다 낮은 6만원의 공모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주가는 상장 이후에도 지속 감소해 올해는 4만4000원~4만8000원 정도를 오갔다. 2일 기준 주가는 5만4500원으로 최근 일부 상승세가 엿보이지만 아직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선 동종업계 내 규모와 매출면에서 앞선 SKIET가 WCP 상장 시점을 전후해 보인 낮은 수익성과 주가흐름이 WCP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WCP가 삼성SDI를 단일 고객사로 보유한 점은 부품 제조사 입장에서 적잖은 마이너스 요소로 평가됐다.

실제로 삼성SDI는 높은 수율과 주문량을 바탕으로 WCP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일조하고 있다. WCP와는 2026년까지 장기공급 계약도 맺고 있다. 하지만 3년 후를 바라볼 때 현시점에서 WCP의 고객사 다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성에는 물음표가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분리막 업계에선 이 같은 평가에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WCP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 단일 고객사 문제가 이르면 연내에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고객사로는 최근 해외 생산시설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WCP가 신규 고객사들을 통해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 주요 배터리 폼팩터 전반에 걸쳐 분리막 공급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이뤄지게 된다.

WCP도 최근 2분기 사업전망을 발표하며 ‘신규고객1’과 ‘신규고객2’에 대한 주요 제품 테스트가 진행 중임을 내비친 바 있다.

WCP 실적 포인트 및 전망. [자료=WCP IR]
WCP 실적 포인트 및 전망. [자료=WCP IR]

또한 북미 전기차 및 배터리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내 분리막의 분류는 현재 '부품'으로 확정돼 있다. 그리고 부품은 IRA 조항상 2029년까지 북미에서 100%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북미 진출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는 분리막 생산시설이 없다. 반면 전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이 잇따라 북미에 배터리 제조사들과 합작공장(JV)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현지에서의 부품 수급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분리막은 원료 특성상 다른 배터리 주요 소재와 달리 중국 공급망의 영향도 미미하다. 따라서 중국을 배제하는 IRA 특성을 고려할 때 북미 진출의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WCP와 SKIET 모두 올해 하반기 북미 진출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인 까닭이다. 신규 고객사 확보, 북미와 유럽 공략 본격화를 앞두고 올해 WCP에 대한 평가가 반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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