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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숏폼으로 연기인생 2막 연 젼언니 “무대와는 다른 매력”

최민지 기자

‘핫’ 뜨거운 ‘랜선인싸’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랜선인싸는 온라인 연결을 뜻하는 ‘랜선’과 무리 내에서 잘 어울리고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을 일컫는 ‘인싸’를 합친 말입니다. <디지털데일리>가 독자를 대신해 여러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랜선인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영상이 아닌 글로 만나는 인싸 열전을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젼언니]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오지연 뮤지컬배우가 ‘울언니(우리 언니)’로 불리며 숏폼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계가 위축된 후, 새로운 무대로 숏폼을 선택해 코미디 크리에이터 ‘젼언니’로 활약하게 된 것이다.

“뮤지컬을 너무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 속에 있다 보니 우울증도 심했었죠.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써줄 수 있는 곳이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내 주도적으로 만들어 보자고요. 무대와는 다른 엄청난 매력이 있었고, 점점 빠져들게 됐죠.”

젼언니는 틱톡을 비롯해 유튜브‧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며 제2의 연기 인생을 펼치고 있다. 혹자는 뮤지컬배우 오지연이 예쁜 모습 대신, 왜 못난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코미디 콘셉트로 영상을 제작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젼언니는 “연기하는게 좋아서요”라고 답했다. 배우니까 다양한 연기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극만 연기하기보다, 숏폼을 통해 더 자유롭고 재밌게 연기할 수 있게 됐다.

크리에이터 젼언니는 조금은 더 행복해진 모습이다.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누구를 돌아볼 여유 없이 악착같이 실력 키우기에만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옆집 언니 같은 모습에 오히려 대중과 가까이 소통하며 힘을 얻고 있다.

“제 영상을 보고 위로받고 슬픔을 이겨냈다는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고, 용기를 내게 됐죠. 늘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나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고 욕심 많던 제가 남들보다 부족하고 실수해도 난 잘해왔고 그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영상 속에 위로를 주는 젼언니의 행복해 보이는 삶과 실제 저 오지연의 삶을 일체화시키며 살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다음은 젼언니와의 일문일답.

Q.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뮤지컬 활동을 하다가 2018년 마지막 작품을 하고 허리 부상 등 다양한 이유로 잠시 공연계를 떠난 적이 있는데 다시 돌아가려고 하니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인해서 공연계가 많이 위축이 됐었거든요. 뮤지컬을 너무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 속에 있다 보니 우울증도 심했었죠.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 나를 써줄 수 있는 곳이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내 주도적으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저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 제가 만들고 싶었던 영상을 2021년 1월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하다보니 무대와는 다른 엄청난 매력이 있었고 점점 빠져들어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Q. 뮤지컬배우로 공연에 서지 못할 때, 크리에이터 활동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저의 상상대로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였는데요. 정말 감사하게도 그런 저의 영상을 좋아하고 아껴주는 분들이 점점 생기면서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받게 되고,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사함을 알게 됐어요.

사실, 예전에 뮤지컬을 할 때 무대에 설 때마다 예민하고 까칠하고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저만 알면서 살았어요. 너무나 치열하게 경쟁해왔고, 연습할 때 제가 노래를 못하거나 연기를 못하거나 실력이 없으면 동료들 앞에서도 주눅이 들고, 저 하나 때문에 모두가 다시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도 있죠. 그렇기에 누구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악착같이 연습하고 내 실력 키우기에 바빴어요.

그런데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제 영상을 보고 위로받고 슬픔을 이겨냈다는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의아했어요. 저밖에 모르고 살아온 제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다니. 저는 오히려 그런 메시지를 받으며 힘을 얻고, 용기를 냈어요. 영상 속에 위로를 주는 젼언니의 행복해 보이는 삶과 실제 저 오지연의 삶을 일체화시키며 살겠다고 마음 먹었죠.

늘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나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고 욕심 많던 제가 남들보다 부족하고 실수해도 난 잘해왔고, 그것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그럴거라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남들보다 늦더라도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그런 저를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이 또 감사하며 살아요.

Q. 콘텐츠를 보니 상황극을 통해 다양한 분장도 하고, 코미디적인 요소도 넣어서 재밌게 봤는데요. 보는 분들은 재밌지만, 배우였던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같은 장르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유튜브에 이런 댓글이 달린 적이 있어요. “왜 대체 코찔찔이 못난이 분장을 하고 아줌마, 대머리할아버지 분장을 하고 그런 콘셉트로 영상을 찍는지 너무 안타깝다. 너의 예쁜 모습으로 일상적인 영상을 올려도 좋아할 것 같은데.“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전 그냥 연기하는 게 좋아서요.”

배우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에게 있어 도전이라는 단어는 함께 따라오는 세트입니다. 지금 보여지는 연기는 다양한 상황과 인물을 짦은 시간 안에 강력하게 표현해야 하고 그만큼 더 많이 관찰해야하고 더 많이 느껴야하거든요. 뮤지컬을 하면서 주인공, 예쁜 역할 많이 해봤어요. 이제는 내가 어떤 역할까지 할 수 있는지 더 해보고 싶어요. 7살 어린아이부터 90세 할아버지까지 1인 100역도 해보고 싶어요.

처음에 제 주변사람들이 많이 무시했죠. “그렇게 잘난척 하던 오지연이 저러고 있네”라고 하면서요. 신경 안 썼어요. 연기를 하는 건데 문제가 되지 않죠. 숏폼이라서 연기가 아니고, 정극만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방법과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오히려 숏폼을 통해 더 자유롭고 재밌게 연기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게 힘들고 서툰 부분이 많겠지만 그런 건 그냥 제가 조금 더 움직이면 되니까요.

[사진=젼언니]

Q. 1분짜리 숏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오랜 시간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적어둔 대본을 통해서 짜인 대로 만들어질 때도 있고, 어떤 영상은 상황만 정해놓고 100% 애드리브로 만드는 경우가 많죠. 빠르게 지나가는 숏폼을 매일올리려면 촬영도 빠르게 진행돼야 하는데 대학교 때부터 쌓아놓은 상황극 훈련이 지금 크리에이터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스토리, 연출, 콘셉트 등 기본적으로 모든 총괄을 제가 다 하지만, 1일 1영상을 목표로 살았기 때문에 혼자서 하기엔 벅찬 부분이 많아요.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동료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24시간 콘텐츠만 생각하면서 살아요. 샤워를 하다가 제일 많이 생각나는데, 달려 나와서 아무렇게나 막 적어놔요. 어떨 때는 (글씨를) 알아보지 못해서 못 찍은 것도 많아요. 트렌드에 뒤처지면 안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양한 영상을 보는 편이에요. 한국은 기본이고 프랑스, 미국, 베트남 장르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보고 공부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이 있나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뚱뚱하고 피부도 곱지 않아 늘 불만이었어요. 제가 만든 영상 중 고등학생이 외모를 고민하고, 셀카를 찍으면 마음에 안 들어 보정을 심하게 넣고 그 모습을 마치 자신인 것처럼 느끼거든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보정을 넣은 자신의 모습으로 보이게 돼요.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면 실제로 잘록해지고 통통하던 얼굴도 뾰족해지고, 그러다 친구들이 원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걸 깨닫고 다시 본인 모습으로 자신감을 갖고 돌아가는 이야기인데요.

외모만 보고 평가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의 매력을 보고 사랑하자는 저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어요. 많은 친구들이 그 영상을 봐주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줘야겠다고 생각해줘서 너무 뿌듯하고 행복한 영상이라 제 영상이지만 가끔 찾아봐요.

Q. 구독자들이 젼언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할머니 손에 자라 정이 많은 편인데, 친해지기 전에 외모만 보면 다가가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점을 알기 때문에 저를 내려놓고 시청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 많이 노력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지금은 지나가다가 저를 보시면 “어? 젼언니다!! 울 언니 어디 가세요?” 하거나 “언니 제 남자친구에요”하고 인사시켜주는 분들도 계세요. 언니인데 동생 같은 엉뚱한 옆집 언니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팬이 일하는 곳에 깜짝 방문을 한 적이 있는데 저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둘이 부둥켜안고 울었죠. 그리고 몇 시간을 수다 떨었어요. 원래 알던 사람처럼요.울언니라는 말이 정말 듣기 좋고 행복해요. 진심으로 구독자들에게 감사하고 너무 소중해요. 그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Q. 크리에이터 활동을 통해 브랜드 광고와 협업 등 수익창출도 이뤄지고 있나요?

▲감사하게도 몇몇 브랜드 광고와 협업이 있었는데요, 수익 규모보다는 저를 믿고 맡겨주는 부분이 감사한 만큼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어떤 광고는 3개의 다른 영상을 찍어서 보여드린 적도 있을 만큼 일할 때 정말 무식하게 하는 편입니다. 광고가 잘 돼야 저도 기분이 좋고 자신감도 얻거든요. 열심히 한 만큼 한번 찾아준 분들이 또 맡겨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에 따른 좋은 결과가 따라오면 저도 정말 뿌듯해요. 이제는 아무도 찾아주지 않던 뮤지컬배우 오지연에서 젼언니라는 이름이 무엇에 광고효과를 내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죠.

Q. 향후 어떤 목표가 있나요?

인플루언서라는 건 남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아버지가 늘 말씀해 주셨어요. 아버지는 방송국에서 아주 오랜 시간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살아온 분인데 저에게 많은 조언을 해줘요. 제 영상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요. 제가 감정에 잘 치우치다 보니 늘 냉정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라 가르쳐 주세요. 건강도 잘 지켜야 하고 말투, 행동, 걸음걸이, 또 마음 씀씀이도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사람 냄새 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영향력을 더 키우게 된다면, 착하고 좋은 사람들도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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