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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허용 사후규제' AI법 움직임에 업계 반응 갈려

서정윤 기자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규제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보다 신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AI 기본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법안에 대한 업계 반응은 양측으로 갈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우선허용·사후규제에 초점을 맞춘 AI 기본법이 논의되고 있다. 앞서 국회에는 2020년 7월 발의된 'AI 연구개발 및 산업 진흥, 윤리적 책임 등에 관한 법률'을 시작으로 지난해 발의된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 등 7건의 AI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었다.

과방위 의원들은 지난 2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7건의 법안을 모두 폐기했다. 이후 내용을 통합 조정한 법안을 심사소위 대안으로 가결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AI 기본법은 정부와 기관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법적 근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기본 골격을 우선적으로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에 대한 업계 반응은 양측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AI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EU나 미국과 비슷한 방식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 "AI 산업은 초기 단계" vs "규제 강화 필요하다"

AI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서 초거대AI 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국내 AI 산업의 발전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면 다른 나라에 기술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이 초기 단계인데 자칫 잘못해 규제가 과도하게 만들어져 성장 동력이 꺾일까 걱정"이라며 "다른 나라의 AI 발전 속도에 맞춰 국내 AI 기업들도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가 아닌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초거대 AI서비스를 개발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경우 사용자들은 해외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국가 개인정보가 해외 서비스로 대량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성AI 등 서비스의 해외 종속화가 심화될 경우 국가안보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우선허용·사후규제 방식은 AI의 위험성에 대한 효과적인 감독과 피해규제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EU나 미국처럼 AI를 보다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U가 준비 중인 AI법은 생성AI 개발업체의 콘텐츠 내 데이터 출처 표기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생성AI가 만드는 콘텐츠에 'AI에 의해 생성됐다'고 표기하는 것을 비롯해 AI를 훈련시킬 때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AI가 불법 콘텐츠를 만들지 않도록 막는 별도의 시스템 개발 등이 담겼다. 공공장소에서 안면인식 등 원격 생체 인식 금지, 민감정보를 활용한 생체 인식 금지 등도 포함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전보위원회와 정보인권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우선허용·사후규제 방식을 두고 "위해가 있을 수 있는 AI를 시장에 우선적으로 출시할수 있도록 하고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 국내서는 법안 외에도 가이드라인 제작 중

정부에서는 개인정보보호와 저작권의 영역에서 AI 관련 부작용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7월 전후를 목표로 'AI 개인정보 이용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올해 초 개인정보정책국 내 개인정보보호정책과·신기술개인정보과·데이터안전정책과를 모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생성AI에 쓰이는 데이터에 대한 규제 논의를 시작했다.

개인정보위는 일반적인 원칙 위주의 내용을 우선 가이드라인에 담을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세부적인 분야에 맞춘 개별적인 기준과 사례를 덧붙여 내용을 구체화한다. 태현수 개인정보위 데이터안전정책과장은 "그동안 생성AI가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등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활용하는 내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기업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체정보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율 마련을 논의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생체정보에는 민감 데이터를 많이 들어있는 만큼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최근 연구반을 킥오프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개인정보만을 따로 추려내 AI가 학습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2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AI 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만들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는 오는 9월까지 저작권법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서정윤 기자
seoj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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