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글로벌 전략회의 임원 200명 운집…안건은 “위기 대응” [DD인더스]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실적 한파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략회의에 나선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축소된 회의만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해외 법인장 및 임원 200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회의를 통해 위기 분석,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실시한다. 22일까지 각각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이 회의를 이끈다. DX부문은 전사 기준 100여명, DS부문은 130여명으로 총 230명의 국내외 임원급이 모였다.
DX부문은 모바일경험(MX)사업부를 시작으로 21일 영상디스플레이(VD) 및 가전 사업부, 22일 전사 순서로 사흘간 수원사업장에서 실시된다. DS부문은 20일 화성사업장에서 진행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중 열리는 정례회의다. 회의 기간 주요 경영진을 비롯해 해외법인장 등 임원이 한데 모여 반기 성과를 부문별로 점검하고 미래 전략 수립에 나선다.
지난 2019년 연 1회로 줄었다가 코로나19 기간에는 아예 전략회의를 열지 않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도래하면서 연 2회 오프라인 개최가 확정됐으며, 이번 회의에는 국내외 임원 및 해외법인장 등 수백명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참석한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이재용 회장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지난 19일 출국했다.
올해 전략회의의 주요 안건은 실적 악화 및 위기 대응 방안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는 반도체 부문이 휘청이면서 실적 전반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4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47% 급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책임지는 DS부문은 4조581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DS부문이 적자를 낸 것은 14년만이다. 2분기 역시 적자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국내 재계 관계자는 “전략회의는 모든 내용이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세부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어서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위기 대응이 회의의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부문별 안건은…MX ‘폴더블’ DS 고부가 제품·P3, P4 공장 건축
MX부문은 오는 7월 말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인 ‘Z플립5·Z폴드5’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신제품 판매 전략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하반기 세계 경기 회복 및 인플레이션 완화로 수량과 금액, 프리미엄 제품군의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성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이번 회의에서 계획 수립에 집중한다.
침체가 깊어졌던 TV 시장 역시 하반기부터 역성장 폭이 완화되고 프리미엄 제품군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이에 VD 및 가전사업부는 2023년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를 비롯해 올해 10년 만에 국내에 재진입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신제품 판매 확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하반기 주력 제품에 대한 판매 전략, 경쟁력 강화에도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DS부문은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같은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 확대에 대해 논의한다. 최근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관련 수요도 확 뛰었다. 이에 선단 공정 가속화 등을 논의해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경기 평택캠퍼스 3공장(P3)과 4공장(P4) 및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공유한다. 현재 P3는 낸드플래시 라인만 가동 중이며, D램과 파운드리 라인은 반도체 업황 악화로 기존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P3가 밀리자 P4 건설 역시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P3에 D램 4만장과 파운드리 2만5000장 규모 투자(월 기준 웨이퍼 생산량)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하반기 장비 투입 일정 등도 다뤄질 전망이다.
◆이스라엘·유럽 찾은 경계현, AI와 전장에 ‘초집중’
한편 경계현 사장은 글로벌 전략회의에 앞서 이스라엘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출장길에 올랐다. 경계현 사장은 본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5일 동안 5개 도시를 돌며 우리 직원들, 스타트업, 고객들, 협력회사들을 만났다”라며 “미래 기술을 혼자 만들 수는 없다. 한 발 더 앞서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받는 협력을 통해 기술에서 앞설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출장지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뮌헨 ▲독일 슈투트가르트 ▲스위스 제네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다.
이번 방문 장소들은 모두 AI, 전장 관련 기업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의 성지라고 불리는 장소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에 따르면 경계현 사장은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R&D 센터(SIRC)를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유럽 차량용 반도체 3대 기업은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네덜란드 NXP다. 뮌헨에는 인피니언을 비롯해 독일 최대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 본사가 있다. 슈튜트가르트는 벤츠, 포르쉐, 보쉬 본사 등 굵직한 자동차 기업이 모두 몰려 있는 곳이다. 또 제네바에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암스테르담 인근에는 NXT가 있다. 경계현 사장은 이들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을 모두 방문해 전장용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다졌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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