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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수학생과 디지털 교과서, 교육 정책과 현실 균형추 찾아야

교육·문화 칼럼니스트 조은국어논술 조은희 원장

조은국어 조은희 원장/교육·문화 칼럼니스트

영화 '<지상의 별처럼>'은 난독증을 앓는 이샨의 이야기다. 이샨은 창의력이 풍부한 아이지만 난독증으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그의 학습장애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기숙학교로 보내진 이샨은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중에 니쿰브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니쿰브 선생님의 가르침과 지원을 통해 이샨은 읽기와 쓰기 능력이 향상되고, 학교 전시회에서 그의 작품이 칭찬받게 되며 점차 자신감을 찾게 된다.

오늘날과 같은 복잡다단한 시대에는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히려 근원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성공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름의 행복을 만들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교육의 목표이다. 결과론적인 양적 측면에만 치우치면서 아이들의 실제적인 삶의 의미를 간과하면 안된다. 학생이 하루의 하나의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교육인 것이다.

일반학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운 하루의 성취라는 목표가 특수학생에게는 매우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목표일 수 있다. 교육의 목적은 지식의 전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기회와 선택에 부딪힌다. 모두에게 기회와 선택이 동등하려면 이샨이 왜 다른지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6월 8일 교육부는 ‘AI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오늘 21일 추가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교과서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보충학습 자료나 심화학습 자료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해 화면해설과 자막 기능, 다국어 번역 기능 등도 제공되어 더욱 포용적인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취약계층 등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디지털 포용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정책이란 현실의 상황에 적절하게 얽혀가며 스며들어야 빛을 발한다. 이샨과 같은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잘 이끌어야 한다. 특수학생에 대한 디지털교과서는 이번 정책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교육에서 디지털화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2007년부터 ‘디지털교과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공모를 통해 시범학교를 선정한 후 디지털교과서 현장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왔다.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공론과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입에 쓴 모습이라도 과거의 모습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인정하며 개선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정책이 적용되는 현실에서의 상황이 그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가며 모니터링하는 것이 정책을 제시하며 발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론과 실제 사이엔 분명 돌발적인 장애물들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사안이건 모든게 방향 잡은대로 순조롭게 간다면 세상은 매우 쉽게 돌아갈 것이다.

특히 몸이 불편한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이 이득을 보는 사업이 아니며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특히 몸이 불편한 학생들에 대한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디지털 기기의 결함이나 학생들의 집중력 등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장애유형·정도에 따른 교육과 보조교사의 지원, 학생 수 감소 등의 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특수학생들의 맞춤형 학습 수준도 개인에 유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교육 방법이 맞는지도 지속적으로 체크하면서 가야 한다.

오늘(21일) 발표한 교육부 브리핑에서 올해 300곳 내외의 디지털선도학교를 내년 1000교 내외로 확대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특수학교가 많이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비장애학생을 위한 디지털 교과서 개발에 앞서 장애학생을 위한 디지털 교과서 개발을 먼저 실시하고 있다. 이는 특수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무엇보다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교육 정책의 실행과정에서 소외된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챙김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만남이 교육에 선행한다”는 볼노우의 말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들 사이의 관계 안에서 학생들이 공감하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만남을 통해 학생의 인생의 빛깔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남 속 관계 안에서 상처를 받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는 특히 이샨처럼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경우 더하다.

“학생은 맞춤 교육으로 학습에서 성공을 경험하고, 교사는 데이터 기반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고, 개별 학생의 인간적 성장을 이끄는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는 교육부의 의견처럼 학교에서도 특수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학습 수준에 맞게 공부하며 그 외 시간에 선생님과 교우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를 공감하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학교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한편 디지털 기기를 선생님이 관리하느라 선생님의 업무가 과중되고 학생들에게 집중할 시간을 더 잃어버릴 수 있다. 또, 종이 교과서를 통해 집중할 수 없었던 특수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더욱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에 맞는 합리적인 지원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게끔 하도록 세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장애와 비장애는 구별되어지는 구획이 아니라 어떤 과정에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것, 영원한 장애와 비장애는 없으며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과정에 있는 상태일 뿐이라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특히 이들에게 디지털 교과서로 실현되는 맞춤형 교육은 단순히 이름뿐인 빈 약속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교육·문화 칼럼니스트 조은국어논술 조은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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