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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IT] “KBS 안보는데 TV수신료 내야하나요?”

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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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TV수신료 징수방식이 변경될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정부는 최근 TV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해 징수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는데요. TV수신료에 불만을 가져온 대중들은 환호하는 반면, 방송업계에선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KBS입니다. 징수방식이 변하면 자사 재원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징수방식 하나가 변하는 것일 뿐인데 KBS를 포함한 방송업계는 무엇을 우려하는 것일까요.

이 이슈를 이해하려면 TV수신료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TV수신료는 텔레비전을 보유한 가구에 정부가 부과하는 ‘준조세’입니다. 전 국민에 징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세금과 같이 공공을 위해 쓰이기에 수신료를 준조세라고 말합니다.

현재 수신료는 1981년 2500원으로 결정된 이후 40년째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TV수신료는 흔히 ‘KBS 수신료’로 불리는데요. 하지만 KBS 수신료 뿐 아니라 EBS에도 일부 돌아가는 만큼, KBS·EBS 수신료라고 하는게 정확하겠죠.

현재 TV수신료 2500원은 KBS와 EBS에 각각 2261원, 70원씩 배분됩니다. 또,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한국전력공사에도 169원이 갑니다.

특히 KBS의 경우, 수신료 의존도가 높은데요. 2022년 기준 KBS 전체 매출에서 수신료 매출의 비중은 45.3%였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몇년새 크게 늘었는데요. 2015년에는 39.3%(6258억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공공을 위해 거둔 수신료를 왜 KBS와 EBS에 주는 것일까요.

이는 방송을 통해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고자 만들어진 방송사이기 때문입니다. KBS는 공영방송, EBS는 교육방송을 통해서죠.

예컨대 KBS는 뉴스에서 지상파 최초로 수어방송을 제공하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통합뉴스룸을 2년7개월동안 유지하는 등 국가적 재난방송 시스템을 유지해왔는데요.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사기업의 입장에선 제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정부는 수신료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재정기반을 이들 방송에 마련해주고자 한 것인데요. 특히 공영방송이 다른사업, 예컨대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 직간접적으로 광고주의 영향을 받게 되는 가운데 공익성을 추구하려면 수신료만한 재원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다른 국가의 공영방송도 수신료나 혹은 유사한 형태의 공적자금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적자금에 대한 의존도는 국내보다 오히려 높은데요. 2021년 기준 전체 재정에서 수신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 BBC가 75%, 일본 NHK가 98%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KBS가 방송을 통한 공익성·공정성 실현이라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여론이 공영방송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수신료 징수에는 우호적이지 않은데요.

수년간 지적되어온 KBS 조직의 비효율적 운영도 수신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KBS의 직원 수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인 MBC·SBS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윤영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9월 KBS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KBS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은 4629명 중 2374명으로 전체의 51.3%에 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 업계 전문가는 “다른 조직과 비교해 (KBS의 조직은) 비대하고 비효율적이다”라며 “KBS를 운영하는 재원인 수신료가 준조세 성격을 띄는 만큼 국민들에게 ‘우리 이렇게 잘하고 있다’라고 설득할 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싶다”라고 일침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수신료 징수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최근 전기료와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법 개정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수신료는 전기료 고지서에 함께 청구되는데요. KBS와 EBS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수신료 수익의 약 6% 수준을 위탁수수료로 내고, 수신료 징수를 위탁해 통합징수하는 방식입니다. 전기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수신료도 내게 되는 구조인거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수신료는 결국 TV를 보유한 가구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건데요. KBS와 EBS는 왜 징수방식 변경만으로 재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이들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분리징수로 수신료 납부율이 절반 혹은 그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수신료 납부율은 99.9%인데요. 위탁징수 전 수신료 납부율은 실제 매우 저조했습니다. 위탁징수 전인 1993년 수신료 납부율은 52.6%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전기료 미납시에는 단전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수신료는 징수를 강제할만한 수단이 아직까지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른 징수비용의 증가도 분리 징수를 꺼리는 이유입니다. KBS와 EBS의 입장에선 수신료를 직접 징수하기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고 징수를 위한 인력도 충원해야겠죠.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른 파장은 KBS와 EBS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방송시장 재원은 결국 순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인데요. 이에 방송업계 전반에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먼저 수신료 수익이 줄어드는 경우, 수신료 의존도가 높은 KBS는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방송광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점쳐집니다. 방송광고를 수주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는 장기적으로 KBS에 광고 시장의 파이를 뺏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TV(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KBS가 가입자당재송신료(CPS)를 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이 가운데 관련한 업계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이 가진 문제와 관련해 시스템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 곧바로 개정안 추진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입니다. KBS와 한전이 내년 말까지 계약돼 있는 가운데 유예기간을 두고 공영방송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인데요. 분리 징수가 방송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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