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소부장 TF] ⑨ "우리 집으로 가자"…반도체·배터리 투자 유치전 심화

김도현 기자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핌피(PIMFY)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두 산업이 경제안보 및 전략자산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美 자국주의 강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미국은 해외에 나가 있는 업체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내세웠다.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글로벌 기업이 대상이었다. 자유무역주의가 저물고 신(新) 보호무역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반도체 등 제조 공장을 자기 나라에 두지 않았다. 환경, 비용 등 유리할 게 없는 것으로 판단한 영향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세계적 경향이 바뀌면서 영내 생태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우선 미국은 인텔 등 자국 회사는 물론 삼성전자, TSMC 등 외국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표면적으로는 520억달러(약 67조원) 규모 보조금이 걸린 반도체 지원법이 한몫했다. 이면에는 미국이 설계, 장비 등 반도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가라는 압력이 자리한다.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유지하지 않으면 산업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생산기지가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몰려있음을 경계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만큼 양산 주도권에 대한 중요성은 더 커졌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에 드라이브를 건 배경이다.

자국 우선주의다운 장치도 마련됐다.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시 초과이익을 현지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노골적인 견제에 나선 중국 내 투자도 제한하기도 했다.

미국의 행보는 반도체에서 끝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하면서 배터리, 태양광 등 부문까지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사실상 강요했다. 같은 이유로 미국에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수요 기업이 즐비하다. 이들과 거래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미국 진출하는 건 불가피했다. IRA 세부 조항에 따라 배터리 소재 및 부품사도 중장기적으로 북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사진=EU]
[사진=EU]


'따로 또 같이' EU, 배터리까지 손 뻗는다

EU는 미국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영역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EU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중 유럽 비중을 2030년까지 20%(현재 약 9%)까지 확대하기 위해 반도체법을 발의했다. 430억유로(약 61조원)를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인텔이 독일, 폴란드 등 공장 건설을 예고한 데 이어 TSMC, 마이크론 등도 유럽 투자를 검토 중이다. 글로벌파운드리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프랑스에서 합작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반도체 다음 먹거리로 꼽히는 배터리 전쟁에도 EU가 참전했다. 핵심원자재법(CRMA)을 제정하면서 유럽 배터리 생태계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인 완성차 강국이 포진한 만큼 내연기관에 이어 전기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겠다는 심산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중국 CATL, BYD 등이 유럽 공략을 속도를 내는 이유다.

EU 차원에서는 영내 신생 배터리 제조사 육성에 나서면서 아시아 배터리 의존도 축소도 동시 진행 중이다. CRMA 세부 사안이 공개되면 EU의 야욕이 드러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진=중국공산당 홈페이지]
[사진=중국공산당 홈페이지]

미국과 유럽의 견제를 받는 중국도 반도체·배터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시진핑 3기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반도체 굴기로 낙점할 정도로 밀어주고 있다. 미국의 거센 공세로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중국이라는 나라 특성상 정부 주도적인 산업 육성에 유리하고 내수 시장으로도 물량 채우기가 가능한 만큼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는 이미 영향력이 상당하다. CATL, BYD 등이 세계 1위를 다투는 데다 최근에는 중국 외 점유율까지 끌어 올리면서 글로벌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미국, 유럽을 제치고 압도적인 선두다. 내수의 힘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일본, 대만, 인도 등도 첨단산업 부흥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강국이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TSMC 투자 유치, 라피더스 설립 등 성과도 냈다. 10년 이상 일본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조건으로 기업의 국적 무관하게 보조금일 지원한 덕분이다.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지켜줄 실리콘 실드 형성, 인도는 포스트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천문학적인 세제 혜택 등을 내세우고 있다.

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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