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금융 초자동화' Best] ‘영업점 대출기한연장업무’ 자동화… ‘난제’ 극복한 부산은행의 혁신 성공 비결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RPA(로봇자동화)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으로 자동화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프로세스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단순 반복적’이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여전히 프로세스 혁신(PI)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않다. 당연히 RPA를 통한 프로세스 혁신의 한계는 2023년 금융권에서도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지만 초자동화(Hyper Automation)를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자동화’가 힘들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가장 직접적이다. 물론 업무 로직을 이해하지 못해 최적의 프로세스 설계를 못하거나 금융회사 내부 부서간 갈등이나 이해의 충돌에 의해 아예 시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현재 국내 은행권이 RPA솔루션을 이용해 ‘초자동화’로 가는 여정에서 손꼽히는 난제중 하나가 바로 ‘영업점 대출(여신)기한연장’업무이다.
# 1건 처리에 30분 이상 걸리던 대출기한연장업무, 자동화 성공
부산은행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RPA를 이용한 자동화를 본부의 개인업무 자동화에서 벗어나 영업점 창구업무인 대출기한연장 업무 등으로 자동화함으로써 금융권의 주목받고 있다. ‘창구업무자동화’는 은행내 모든 영업점의 직원들이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성 측면에서 더 주목받는다.
참고로, 부산은행이 성공적으로 구축한 ‘영업점 대출기한연장’업무란 대출 취급 후 주기적으로 돈을 빌린 차주의 신용도 등을 재평가해 대출을 연장(갱신)하는 업무를 말한다. 다만 RPA기반의 자동화가 꼭 필요한 분야였으나 정형화가 어렵고 예외사항이 많아 기존 전산시스템만으로는 개선하기 어려웠다.
이를 자동화하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다. 의료보험공단, 신용정보회사, 국세청 등을 통해 재직확인, 납세증명, 대출자(차주)의 소득변경여부 등을 체크해야만 연장 조건이 정확하게 산출된다.
로봇이 대출자의 연장 조건을 체크하기위해 인터넷에 접속해 대출자의 최신정보를 조회하고 관련 정보를 파악한다. 또 이 과정에서 수없이 팝업 창이 올라와 정보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다 대출 종류별로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처리해야 하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이 때문에 은행 업무에 이해가 높은 사람들이라면, 거의 모두가 “영업점 대출기한연장업무는 자동화가 힘들다”며 손사레를 친다.
부산은행이 스스로도 결과에 놀라고 있는 ‘영업점 대출기한연장’ 업무 자동화는 이러한 난관을 뚫고 이뤄낸 결과다. 대개 숙달된 영업점 직원이 기한연장업무 1건을 처리하는데 1건당 30분 이상 소요되고, 어떤 경우는 2시간 정도 소요되기도 했지만 이젠 자동화를 통해 놀라운 프로세스 혁신을 이뤄냈다.
# 영업점 자동화 성공비결? “업무 프로세스의 완벽한 이해”
… RPA솔루션은 ‘체크메이트’ 적용
물론 이 같은 초자동화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RPA솔루션의 기능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보다 최적화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은행 영업점 업무의 복잡성으로 인해 정확한 현장 업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자동화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으며, 또 이것이 밑바탕돼야 RPA솔루션의 성능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행 대출기한연장업무 혁신은 이처럼 차별화된 RPA솔루션과 SI(시스템통합)이 시너지를 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부산은행 영업점 대출기한연장업무는 15개의 봇을 이용해 처리되고 있다. 시스템 가동 초기에는 하루 20건 처리에서 시작된 자동화가 점차 전체 영업점으로
확산되면서 현재는 300여건이 처리되고 있는데, 이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향후 경남은행 등 BNK금융그룹 계열사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물론 대출기한연장 업무가 100% 완전 자동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부산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하루 처리되는 300여건중 약 5~6건은 '자동 처리가 어렵다'는 판정이 내려진다. 이런 업무는 기존의 방식대로 영업점 직원이 직접 실행해 완결한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의 관점을 처음부터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하느냐, 다소 미흡하더라도 프로세스 혁신이 가능한 부분부터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결국 극복해내느냐의 선택은 금융권에선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사안이다.
부산은행은 과감하게 후자를 선택한 결과다. 다만 국내 금융권에서 부산은행과 같은 의사결정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자동화 프로세스 혁신의 미흡’을 어느선까지 인정하느냐를 놓고 금융회사 내부 부서간에 민감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때문이다.
부산은행은 이번 대출기한연장업무 자동화를 새롭게 구현하면서 기존 다른 업무에 적용해왔던 RPA솔루션을 채택하지 않았다.
유지보수의 문제 등을 고려해 새로운 RPA솔루션을 적용하기로 하고 지난해 4월 입찰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메이션의 RPA솔루션인 '체크메이트'(CheckMATE)가 새롭게 선정됐다.
금융권에선 ‘체크메이트’의 강점에 대해 기존 RPA솔루션들은 여러 로봇이 각자 역할을 하나씩 할당받아 처리하는 방식인데 비해 체크메이트는 한 업무를 여러 로봇이 하는 분산해서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로봇의 비효율을 제거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이를 통해 보다 로봇의 확장을 최소화하면서 자동화 업무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크메이트'는 외산 솔루션 비중이 높은 국내 금융권에서 점차 RPA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국산 솔루션으로 우리금융그룹이 대표적인 레퍼런스로 꼽힌다.
# “풍부한 현장 경험”… 시스템 개발이 금융 초자동화 성패 직결
총평하자면 부산은행 영업점 대출기한연장 업무는 자동화 업무의 로직 설계가 튼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 국내 금융권의 RPA기반 초자동화 구현 프로젝트는 이 부분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그런점에서 이번 부산은행의 대출기한연장업무의 개발 및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한 IT서비스기업 ㈜이진씨엔에스에 은행 업무에 정통한 인력들이 많이 포진해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한다. 특히 전직 부산은행 출신의 IT전문가와 풍부한 현장 업무 전문가들의 도움이 컷다.
이진씨엔에스는 다년간 은행 시스템과 대출업무를 수행했던 인력들을 투입해 약 6개월의 작업끝에 업무설계, 프로세스개선, 스크립트 개발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이진씨엔에스의 최연호 이사는 “30여년 동안 부산은행 IT개발자로 근무한 경험과 함께 체크메이트 RPA 솔루션이 가지고 있는 풍부하고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서 매우 복잡한 대출기한연기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었다”며 “대출기한연장업무 자동화 개발에 대해서는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이사는 “은행권을 비롯한 여타 금융권에도 충분한 적용성을 가지고 있어 그 파급효과가 매우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프로세스 혁신(PI) 차원에서 부산은행의 '영업점 업무' 자동화 혁신은 앞으로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대해 부산은행의 김진한 디지털금융본부장(BNK금융지주 D-IT부문장 겸임. 사진)은 “대출기한연장업무의 자동화로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 의미를 둔다”면서 “추가적으로 영업점 창구 자동화 업무에 대한 요소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프로세스 혁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은행은 향후 체크메이트 ‘프로세스 마이닝툴’을 통해 PI와 자동화 대상업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RPA/RDA(Robotic Desktop Automation), AI-OCR, 채봇, 모바일봇, 레거시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초자동화 구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산은행의 프로세스 혁신과 디지털화의 가속화가 여타 금융권의 초자동화 업무 추진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초 발간 예정인 '2023년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책의 편집내용과 일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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