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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티비 접속차단에도 '27회' 우회…"징벌적 손배 도입해야"

강소현 기자

[ⓒ 누누티비 홈페이지갈무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운영해 수천만원을 벌어도, 벌금이 그 이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야 저작권 침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해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제2의 누누티비 방지 입법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지속적인 인터넷주소(URL) 차단 조치에도 ‘제2의 누누티비’를 표방한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개최됐다.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한 누누티비는 국내 OTT 콘텐츠와 드라마, 영화 등을 불법으로 제공하고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 사이트다.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누누티비의 접속자는 2021년 10월 개설 이후 7개월 동안 약 8300만명에 달했다. 전용 앱까지 합치면 실제 접속 횟수는 1억 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는 누누티비에 따른 저작권 피해액만 약 4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누누티비에 따른 피해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인헌의 남중구 변호사는 누누티비 등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규제하지 않는 경우 불법도박·음란사이트·마약거래 등에 이용자가 쉽게 노출되고, 지하경제가 확장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남 변호사는 “누누티비 등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의 문제는 단순히 IP를 침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를 음란물·사행행위 마약거래 등에 노출시킨다는 데 있다”라며 “특히 인터넷의 특성상 (해당 사이트에 대한) 아동과 청소년의 접근제한이 어려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자금 음성화에 따라 지하경제 확장된다는 문제도 있다. 음성자금을 통한 도박과 마약, 음란물 관련자들의 인센티브 증가로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활용한 범죄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운영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물론,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항해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누누티비 대응 정부TF를 구성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직접 매일 URL 차단 조치를 해왔다.

다만 해외에서 도메인을 구매한 뒤 국내에선 캐시서버(복사된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의 특성상 URL 차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해당 URL을 차단해도 도메인만을 바꿔 영업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누누티비만 해도 지난 4개월 동안 총 27회 대체사이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을 강화해, 운영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자는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의 손해 원금과 이자에 형벌적 요소로서의 금액을 더해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누누티비 사태와 같이 저작권을 침해당하는 경우 모두 형사소송을 제기한다.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상대(저작권 침해자)가 특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형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은데다, 벌금도 피해자에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좋은 대안이 손해배상제도”라고 말했다.

노동환 웨이브 정책협력리더는 “OTT가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신경쓰는 이유는 가입자 상실 때문”이라며 “가입자의 수는 곧 OTT의 매출과 직결되는데 3년 동안 3000억원을 투자해 콘텐츠를 독점 제공해도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도 좋지만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따른 피해액 산정은 굉장히 애매한 부분”이라며 “저작물 침해에 따른 피해규모 산정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28일 여의도 국회에서 ‘제2의 누누티비 방지 입법 대토론회’가 열렸다. [ⓒ 디지털데일리]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의 운영자를 검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도 누누티비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방송사와 제작사·배급사, OTT 플랫폼 등이 모인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지난 4월 누누티비를 영상물 무단 도용 혐의로 형사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의 특성상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야 하기에 실제 운영자를 검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수사당국의 입장이다.

이 가운데 광고 등 불법 운영 스트리밍 사이트로 돈이 들어가는 경로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병귀 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과장은 “현재 도메인 구매내역을 토대로 수사를 잔행 중”이라며 “잘아시다시피 메인서버가 해외에 있어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하려다보니 수사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운영자를 검거해야 조치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범죄수익을 차단하려는 조치의 필요성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불법 콘텐츠 유통 경로의 다양화에 따라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차단 방식과 기술에 대해서도 새롭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진석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 매체점검부장은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서비스하는 루트가 다양해졌음에도 불구, 아직 차단 방식은 URL 차단 방식 하나”라며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새로운 방식들을 파악해봐야할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천적으로 콘텐츠를 복제할 수 없도록 관련 기술 개발도 필요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콘텐츠업계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장경근 문체부 저작권정책과장은 “정부 차원에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종합 대책 마련하고 있다”라며 “콘텐츠산업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장호 과기정통부 OTT활성화지원팀장은 “최근 유사서비스가 운영을 재개했는데 협력체계를 재점검해 유사 사이트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라며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제값받고 유통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들과 함께 적극 차단 대응 조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웅현 방통위 디지털유해정보대응과장은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보면 알겠지만 광고로 도배될 정도로 불법광고가 많다. 불법수익 몰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을 보인다"라며 "대안을 제시해주시면 충실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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