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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의 '취임 5년'…'숫자'로 증명했다 [DD인더스]

김보민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 [ⓒ LG]
구광모 LG그룹 회장 [ⓒ LG]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2018년 6월 29일, LG그룹을 이끌 차기 총수 자리에 40살의 젊은 4세 경영인이 등극했다. '회장'보다 '대표'라는 호칭을 선호한 그는 취임사에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하며 구광모호의 출범을 알렸다.

5년이 흐른 지금, 변화에 대한 구광모 회장의 약속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선택과 집중 ▲고객 가치 ▲미래 투자로 요약되는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이 LG의 성장에 가속도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7일 충북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7일 충북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LG]

◆ 시가총액 '3배' 껑충

구광모 회장의 지난 5년을 회고할 때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은 기업가치 상승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그룹의 시가총액(시총)은 2018년 6월 29일(우선주•LX 제외) 88조1000억원이었다. 이후 이달 12일 그룹 시총은 257조50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시총 덩치가 2.9배가량 뛰어오른 배경에는 사업 재편에 대한 구 회장의 의지가 깔려 있다.

부진한 사업을 도려내는 대신,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과 배터리 등 차세대 먹거리에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기 시작한 것. 대표적으로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편광판 등의 사업은 정리 및 매각 수순을 밟았다.

2년 전부터 큰 폭의 사업 재편 흐름을 보인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2021년 모바일 사업을 철수했고, 2022년 태양광 셀 및 모듈 사업에서도 손을 뗐다.

대신 차량용 조명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을 단행했고, '아픈 손가락'이던 전장 사업을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전장을 이끄는 VS사업본부의 누적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80조원대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 1~4월 비중국 시장 점유율은 27.8%로 1위다. 지난해에는 1조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올해에는 이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실적도 성장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7개 상장사의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에서 8조2200억원으로 77.4% 늘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2022년도 신년사' [ⓒ LG]
구광모 LG그룹 회장 '2022년도 신년사' [ⓒ LG]

◆ 첫 신년 메시지서 고객 '30회' 강조

구광모 회장의 지난 5년을 잇는 경영 철학은 '고객'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임직원들과 처음으로 가진 LG 새해모임에서도 고객이라는 단어를 30번 언급하며 경영 방향성을 조정했다.

이후 신년사 뿐만 아니라 그룹 관련 대외 행보에 나설 때마다 같은 경영 철학을 강조해왔다.

지난 4월 'LG 어워즈'에서도 "거창한 기술이나 우리의 만족을 위한 사업 성과가 아니라, 고객 한 분 한 분의 의미 있는 경험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LG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의 목표와 방향"이라고 밝혔다.

승진자를 낙점할 때도 마찬가지다. LG는 임원 인사 시즌마다 "고객과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를 활발히 논의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 개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일례로 LG 최고경영진 회의는 과거 임원들이 보고를 하고 경영 메시지를 전달받는 형식에서 벗어나, 사업 현황을 두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수백 명의 인원이 한 데 모여야 했던 임원 세미나도 온라인 회의 등의 형식으로 전환됐다.

젊은 피 수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선임된 114명의 신임 상무 중 1970년 이후 출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92%에 달했다.

구광모 회장이 지난 3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LG]
구광모 회장이 지난 3월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LG]

◆ 미래 먹거리에 '54조원' 베팅

이제 시선은 LG그룹의 미래에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구광모호가 사업 재편과 경영 철학의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생존 카드가 될 만한 새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선제 투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2012년 임직원들에게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이후를 기대할 수 없다"라며 "확신과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미래에 투자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일단 LG는 2027년까지 국내 미래 먹거리 창출에 5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54조원 가운데 44조원은 미래 자동차(배터리•전장 등) 기술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투입된다. 나머지 10조원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바이오 및 헬스케어, 클린테크에 쓰인다.

구 회장은 클린테크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LG는 현재 친환경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및 폐배터리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마곡 LG화학 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클린테크 담당 연구원들을 격려하며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연구•개발(R&D) 규모와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해가자"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 SK, 현대차 등 다른 주요 그룹사들도 미래 먹거리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LG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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