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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상토론 예고되는 공공 SW 사업 논의…SW·IT서비스 모두 의견 엇갈려

서정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로고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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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손보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업계는 첫 논의 자리인 만큼 일단 과기정통부를 만나 각자의 입장을 들어본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이번 논의에서 이견을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예 따르면 과기정통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오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모처에서 업계를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다. 정부는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한 후, 이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은 물론 쌍용정보통신, 대보정보통신, KCC정보통신, 유앤파인, 유플러스아이티, 드림시큐리티 등 중소·중견기업도 참여한다. 발주기관인 국가보훈처, 한국산업은행, 근로복지공단 등과 한국IT산업협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등 관련 협회도 참여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 "논의 시작되는 점에 의미 있어…의견 청취할 것"

과기정통부와 규제혁신추진단은 지난 6개월간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현행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제도 시행으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상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와 규제혁신추진단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잠정안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듣고 제도를 추가적으로 개선한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상생협력 점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현재 상생협력 점수 제도는 중소기업 참여 비율이 50% 이상일 경우 만점인 5점을 받게 돼 있다. 과기정통부와 규제혁신추진단은 중소기업 지분율을 조정하는 방안으로 규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와 관련해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첫 삽을 뜨는 만큼 각자의 의견을 들어본다는 입장이다. 간담회에 참여할 예정인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어떤 개선책을 내놓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처음으로 논의의 장이 마련된 만큼 다른 기업들의 입장을 듣는 데 우선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선안을 두고 업계 간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기준과 컨소시엄 등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생협력 점수 조정을 두고 중소기업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소 IT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쪽에서는 중소기업 참여 비율이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토대로 해외에 진출하는 등 대기업과 상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중소기업이 많았던 만큼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 "잦은 과업 변경 등에 대해서도 논의되기를 바라"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간담회에서 근본적인 사업대가 현실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문제점으로 꼽히고있는 저가수주, 개발자 품질 문제 등은 모두 소프트웨어 사업 대가 구조가 현재 마른수건을 짤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규모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품질 문제는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인 만큼 대가와 관련된 부분이 우선적으로 정립되고 사업 기간도 현실적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과업 변경이 많이 일어나다 보니 사업 기간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데 이 부분이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은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되다 보니 여전히 최저가로 진행되고 있다"며 "사업을 맡기는 기관에서는 적은 예산으로 신기술을 원하고 있어 기업 입장으로는 질적 하락이 발생할 걸 알면서도 시스템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4세대 나이스 사업 논의에도 영향 미칠까

한편, 이번 간담회가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2800억원을 투입해 오픈한 4세대 나이스에서 오류가 발생하며, 일각에서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4세대 나이스 사업 발주를 앞두고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의 예외사업으로 인정해달라고 4차례 심사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탈락한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들은 중소·중견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나 상생협력 점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류 발생에 단순히 중소·중견기업을 탓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있다. 삼성SDS가 참여한 3세대 나이스 사업의 경우에도 시험 성적 처리 오류로 일부 수험생들의 성적을 재산정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중소 IT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참여한다고 해 시스템이 잘 개발된다는 논의 자체가 잘못됐다"며 "잦은 과업 변경 등 업계에서 고질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제점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윤 기자
seoj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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