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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TF] ㉟ 반도체 박막증착 장비기업 유진테크, 불황에도 R&D 확대

이건한 기자
유진테크 LPCVD 장비. [ⓒ 유진테크]
유진테크 LPCVD 장비. [ⓒ 유진테크]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 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유진테크는 반도체 전공정 단계에서 웨이퍼에 박막을 형성하기 위한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다. 올해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소부장 으뜸기업’에서 반도체 부문 9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00년 설립된 유진테크의 주력 제품은 저압식화학증착장치(LP-CVD)다. LP-CVD는 다양한 가스 화학반응으로 형성된 입자들을 반도체 표면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절연·전도성 박막을 형성하는 화학기상증착기술 분야의 일종이다. 저압에서 높은 온도로 박막을 증착하며, 막의 품질과 균일도가 우수한 편이다. LP-CVD가 포함된 반도체 장비 부문은 지난해 기준 유진테크 매출의 84.1%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용 산업가스 및 반도체 소재 부문의 전구체의 매출 비중이 5.6%다. 전구체는 반도체 박막 증착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전구체는 화학기상증착법, 원자층증착법 등 ‘반응기’에 투입돼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필요한 성분의 박막이 웨이퍼에 증착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매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특성상 증착장비의 성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증착은 반도체 공정 내에서도 기술 난이도가 높은 분야로 꼽히며 그만큼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도 많지 않다. 하지만 유진테크는 설립 초기부터 R&D(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회사다. 2022년말 기준 본사와 종속회사 전체 임직원 432명 중 42%가 연구개발인력이다.

그만큼 매출 대비 R&D 투자비도 적지 않다. 2020년에는 당해 매출(2025억원)의 3분의1 수준인 32.9%를,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21.4%, 25.8%를 R&D에 쏟으며 기술경쟁력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투입된 R&D 비용은 총 800억원이다. 매출 대비 비중은 줄었지만 규모는 전년 695억원보다 증가했다. 현재는 ▲LPCVD 질화 규소(SiN) 장비 ▲TiN계열 핵심 소재 및 ALD 증착장비 등을 신규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경기도 이천 유진테크를 방문한 이인실 특허청장(오른쪽 세 번째)과 유진테크 신승우 대표(오른쪽 네 번째), 임동규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 특허청]
지난 5월 경기도 이천 유진테크를 방문한 이인실 특허청장(오른쪽 세 번째)과 유진테크 신승우 대표(오른쪽 네 번째), 임동규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 특허청]

또 지난 5월에는 이인실 특허청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특허 기반 연구개발 전략지원 사업’ 성과 점검과 효과적인 반도체 분야 지원 방향 모색을 위해 유진테크를 방문하기도 했다.

유진테크는 앞서 특허청의 특허 기반 연구개발 전략지원 사업에 참여해 기술적 아이디어와 컨설팅을 지원받고, 이를 토대로 특허분쟁 우려가 없는 박막공정 장비분야 우수특허 10건을 확보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면적과 더불어 균일한 박막 형성이 가능한 반도체 미세공정 핵심장비 ‘원자층 증착장치’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성장 기반이 마련됐단 평가다.

현재 유진테크의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2003년부터 하이닉스 반도체와 300mm 싱글 LP-CVD 장비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2004년부터 하이닉스 반도체에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대만 수출계약도 체결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설립 6년만인 2006년 1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2005년에는 삼성전자와도 제품 공동 개발을 시작해 2007년부터 300mm Niride CVD 장비를 공급, 국내 양대 반도체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건 약점으로 꼽힌다. 2022년 기준 60%선이다. 또한 지난해 연매출 3106억원, 영업이익 536억원으로 2021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일부 낮아진 유진테크는 올해도 다소 부진한 실적이 전망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 금액을 2022년보다 절반 이상 낮추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반도체 전방 시장의 업황이 좋지 않은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업계에선 올해 SK하이닉스를 대신해 삼성전자가 유진테크의 핵심 고객사로 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0% 증가한 상황이다. 더불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고객사들이 1A 나노공정 전환을 추진함에 따라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유진테크의 DRAM 장비 부문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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