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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스텔란티스 공장 건설 중단 '강수' 통했다...캐나다 정부 '백기'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는 2023년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서 투자 발표 행사를 진행했다. [ⓒ 넥스트스타에너지]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는 2023년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서 투자 발표 행사를 진행했다. [ⓒ 넥스트스타에너지]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캐나다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의 현지 공장 건설이 약 2달만에 재개됐다. 캐나다 정부가 넥스트스타 에너지에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동등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했기 때문이다.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회사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건설하던 해당 공장은 당초 연간 생산능력 45GWh 규모로 2024년부터 가동될 계획이었다. 투자비는 40억달러에 달한다. 약 2500개의 신규 일자리도 생긴다.

하지만 공장 건설은 지난 5월15일 돌연 중단됐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는 캐나다 연방정부가 합작공장 건설과 관련해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란 목소리를 냈다. 이를 두고 ‘비상계획’을 가동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가 양사에 약속한 지원 규모나 세부사항, 합작사의 비상계획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캐나다 현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비슷한 시기 캐나다 정부로부터 배터리 공장 건설에 한화 기준 약 13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넥스트스타 에너지 측도 캐나다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공장건설 중단이란 ‘강수’를 뒀고, 재개 여부를 두고 물밑협상을 시작한 것.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두면서 지난 5월15일 한-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직접 긴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도 이번 합의를 두고 특별히 “캐나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이끌어 내고, 당사와 스텔란티스의 입장이 명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한 한국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대규모 투자,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적잖은 효과를 줄 합작공장 건설 중단이 캐나다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 하락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로 드루 딜킨스 윈저 시장은 공장 건설 중단 사태를 두고 “연방전부가 약속대로 움직이지 않아 전기차 공장은 물론 이 지역에 추가 투자 유치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천개의 일자리를 잃어버릴 위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합의가 이뤄지면서 합작공장 건설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예정이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가 넥스트스타 에너지에 제공할 보조금 총액은 약 15조원에 달할 예정이다. 이때 ‘미국 IRA와 동등한 수준의 보조금’이란 말은 IRA가 배터리 제조사들에 제공하는 AMPC(첨단제조세액공제)와 같은 조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된 셀(Cell, 배터리 구성 최소단위) 1kWh당 35달러, 모듈(셀을 모은 배터리 중간 구성단위)은 kWh당 45달러의 현금 세액공제 혜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국에서 AMPC로만 약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제조사에는 꿀 같은 혜택이다.

한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사장은 이번 합의를 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캐나다 정부 모두에게 뜻깊은 결정”이라며 “향후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핵심 기지로 성장할 신규 공장 건설을 재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합의 과정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 정부는 물론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의 노력에도 깊은 감사의 뜻을 밝힌다”고 전했다.

마크 스튜워트 스텔란티스 북미 COO(Chief Operating Officer)도 “미국 IRA는 북미 지역 내 배터리 생산 환경을 완전히 바꾸었고, 이와 동등한 수준의 지원 없이는 캐나다 내 경쟁력 있는 배터리 생산이 어렵게 됐다”라며 “이번 계약을 이끌어 준 캐나다 연방정부 및 주정부는 물론 캐나다 최대 자동차노조 유니포(Unifor)에 감사를 표하며 중단됐던 공장 건설을 즉시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성 넥스트스타 에너지 CEO는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북미 지역 LG에너지솔루션 8곳의 생산 공장 중 하나”라며 “캐나다 윈저시에서 최고 품질의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며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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