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육성' SKC, ISC 품었다…"삼성 잡아야 유의미" [소부장반차장]
- 반도체 패키징 이어 테스트까지 섭렵
- SK그룹, 반도체 수직계열화 착착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그룹 소재 계열사 SKC가 반도체 사업 확장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테스트 분야다.
8일 SKC는 반도체 테스트 부품업체 ISC 지분 35.8%를 347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거래 상대방은 ISC 최대주주인 헬리오스 제1호 사모투자합작회사 등이다.
추가로 SKC는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ISC 신주를 공동 인수하기로 했다. SKC는 신주에 1750억원을 들여 총 지분율을 4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SKC는 2차전지, 반도체, 친환경 등 3대 소재 부문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M&A) 또는 매각이 이뤄졌다. 음극재 재료인 동박 제조사 SK넥실리스를 계열사로 두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가 하면 필름사업부에 이어 친환경 폴리우레탄(PU) 원료 사업을 영위하는 SK피유코어 판매를 준비 중이다.
반도체에서는 자회사 SK엔펄스를 통해 관련 분야를 한데 모았다. 현재 화학기계연마(CMP) 패드, CMP 슬러리, 블랭크 마스크 등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앱솔릭스를 내세워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글라스 기판 공장을 짓고 있다.
이번에 품게 된 ISC는 반도체 검사 과정에서 쓰이는 실리콘러버 소켓, 포고핀 소켓 등을 다루는 업체다. 전기적 성능 테스트 시 검사 장비와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접촉 물질이 실리콘이냐 핀이냐에 따라 나뉘고 각각 메모리, 시스템반도체에 주로 활용된다.
당초 예상보다 SKC가 빠른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업계는 회사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헬리오스PE는 지난 2021년 7월 ISC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재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반도체 업황이 안 좋은데다 약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SKC는 SK넥실리스 증설을 비롯해 신사업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인수 금액을 높이기 힘들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2개 분기 연속 적자에 그친 점도 부정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C는 공격적으로 움직였고 기존 투자 여력 훼손이나 추가적인 외부 자금 조달 없이 해당 M&A를 마무리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업결합신고 및 인허다 등 주요 절차가 끝나면 ISC는 SKC 자회사로 새 출발하게 된다.
당장은 반도체 산업이 침체한 상태지만 고부가 칩 관련 요청이 늘어남에 따라 첨단 패키징 기술이 고도화했고 이는 테스트 수요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SKC는 이같은 미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ISC의 기술 경쟁력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 회사는 실리콘러버 소켓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특허는 500건 이상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포고핀 소켓, 인터페이스 보드 등으로 라인업을 넓히고 있어 다양한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SKC는 ISC 인수 후 추가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M&A도 추진할 예정이다.
문제는 SK그룹 편입 이후 ISC 핵심 고객인 삼성전자와의 관계 설정이다. ISC 매출 30%는 메모리, 70%는 시스템반도체에서 나온다. 비교적 국내외 고객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으나 메모리 1위자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의 비중이 작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사인 만큼 ISC 주인이 바뀌면 이전처럼 거래 물량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SKC와 ISC는 “M&A와 별개로 국내외 주요 고객과 관계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정한 시너지가 내기 위해서는 해당 발언의 현실화 여부가 관건이다.
한편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수직계열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납품하는 SK실트론, 소재 부문의 SK스페셜티·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SK머티리얼즈퍼포먼스·SK트리켐, SK엔펄스에 앱솔릭스와 ISC까지 더해지면서 전 공정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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