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 “한국, 온라인플랫폼 사전규제 재고해야”…왜?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정부가 온라인플랫폼을 대상으로 유럽연합(EU) ‘디지털 시장법(DMA)’과 유사한 사전규제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시장 경쟁과 플랫폼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고려대 ICR센터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Ⅰ’를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최근 다양한 법안 발의로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이날 크리스토퍼 유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는 “2022년 상정된 6개 플랫폼 법안 중 1개만 하원을 통과했고 이마저도 상원에서 원내 투표에 상정되지 않았다”며 플랫폼 기업에 대한 미국 의회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을 겨냥한 각국 정부 행태에 대해서는 “과거 통신 규제가 구조적 분리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컸는데, 과연 입법하는 입장에서 과거 사례를 고심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과거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사전규제는 조심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쌓기 전 사전규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참고하는 EU DMA가 갖는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쥬세페 콜란젤로 바실리카타대 교수는 “DMA식 사전규제가 디지털 플랫폼 산업 혁신을 저해하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쥬세페 교수는 “EU는 DMA를 통해 디지털 시장 규제 리더임을 자부하지만, 유럽 내에서도 독일과 이탈리아 등 국가별 반독점 조항과 상충해 혼동이 야기될 수 있어 효과적 규제인지 모르겠다”며 “DMA는 EU 내 적용도 미흡할 뿐더러, 글로벌 표준 법안으로 자리매김하기 부족해 다른 나라에서도 차용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통신혁신재단 회장도 ‘DMA가 시장 경쟁과 플랫폼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로버트 회장은 “과도한 규제보다는 사례별로 살펴본 후 각각 플랫폼이 반경쟁적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유럽 규제로 ‘게이트키퍼’ 서비스·제품 수혜를 입는 기업 수십만 곳에 피해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에 대한 우려 섞인 관점도 제시됐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유럽 DMA가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한국에 적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다른 시장 경쟁상황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나 연구기관에서 온라인 쇼핑 시장에 대한 경쟁상황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진 연구가 없다. 정부는 증권시장 자료를 인용하거나, 전문적인 시장 경쟁상황 분석 없이 DMA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 냈다.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DMA법을 그대로 적용한 사전규제를 국내에도 적용하면 사실상 디지털 시장 혁신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 국가들은 각국 상황에 맞춰서 규제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만 표적이 되어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는 규제의 섣부른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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