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스포티파이에 벅스 ‘에센셜’ 복붙?…“편집 저작권 침해 소지”

이나연 기자

스포티파이 공개 플레이리스트에 올라온 essential; 콘텐츠 화면 갈무리 [ⓒ 스포티파이·NHN벅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 NHN벅스 플레이리스트 공식 채널 ‘에센셜(essential;)’ 콘텐츠 다수가 그대로 게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essential;은 NHN벅스가 핵심 서비스로 밀고 있는 자체 음악 큐레이션 콘텐츠로, 타사가 이를 그대로 가져가 쓸 경우 ‘편집 저작권’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19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현재 스포티파이에는 회원이면 누구나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공개 플레이리스트에 essential; 로고까지 박힌 이미지와 주제별 플레이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이들 콘텐츠는 모두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이용자로부터 생성된 것이다. 한 이용자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essential; 콘텐츠를 10개 이상 올리기도 했다.

essential;은 지난 2019년 6월 NHN벅스가 만든 음악 큐레이션 유튜브 채널이다. ‘당신을 인싸로 만들어 줄 감각적인 가을 팝송’, ‘무더운 여름 감각적인 댄서블 노동요’ 등 센스 있는 주제와 이에 부합하는 감각적인 사진·선곡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구독자 122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노래 좀 듣는 애 플레이리스트’라는 제목 콘텐츠는 조회수가 1148만회에 달한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플레이리스트는 모두 벅스 ‘뮤직피디(PD) 앨범’이다. NHN벅스가 지난 2011년 7월부터 운영해 온 뮤직PD 제도는 벅스 회원이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음악을 선곡한 뮤직PD 앨범을 다른 회원에게 추천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다.

벅스 회원 누구나 일정 심사를 거쳐 뮤직PD가 될 수 있으며, 활동 실적에 따라 ▲현금으로 인출 가능한 ‘이(E)포인트’ ▲정식 뮤직PD 명함 ▲매월 음악 이용권 제공 등 보상을 제공한다. 사람이 직접 선곡하는 ‘유저 큐레이션(User Curation)’ 방식인 만큼, 모든 뮤직PD 앨범은 내부 검수 시스템을 거친다.

에센셜 특유의 로고와 배경화면 역시 NHN벅스가 상업용 무료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자체 제작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즉, NHN벅스가 essential;을 통해 선보이는 주제별 플레이리스트는 일반 저작물과 동일한 저작권법 적용을 받는 편집 저작물에 해당한다.

(왼쪽부터) 벅스 앱, 스포티파이 앱 화면 갈무리 [ⓒ NHN벅스·스포티파이]

편집 저작물이란 이미 존재하는 저작물 또는 기타 자료 등을 수집·선정·배열·조합·편집 같은 행위를 통해 모아 놓은 편집물 중 내용에 창작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때 말하는 창작성은 반드시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최소한의 정도를 의미한다. 즉, 누가 작성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슬플 때 듣는 음악 50곡’을 고른다고 할 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결과를 내놓을 수 없으므로 창작성이 인정된 편집물이라 볼 수 있다”며 “해당 콘텐츠 제공자는 편집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sential; 유튜브 채널 소개란에도 ‘에센셜 허가 없이 에센셜 콘텐츠 및 플레이리스트를 상업적 활용하거나 무단 사용할 수 없다’, ‘에센셜 로고를 상업적 활용 및 타 플랫폼에 공유하는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스포티파이에서 essential;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NHN벅스는 내부 모니터링을 통해 최근에야 이를 파악했다. essential; 콘텐츠는 다양한 기업과의 제휴 등 사업적 시너지를 다방면으로 확대하는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한 대응도 고려 중이라는 것이 NHN벅스 측 설명이다.

한편, 스포티파이는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생각되는 콘텐츠를 바로 신고할 수 있다는 운영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신고서 페이지를 통해 법적 청구 제출이 가능한 구조다.

NHN벅스 관계자는 “(스포티파이에) essential; 콘텐츠가 등록된 것을 확인했고 조치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