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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코스피 이전상장 검토”…'자금+주가' 고민해소 관건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대구시에 있는 엘앤에프 본사 전경.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국내 주요 양극재 제조사인 엘앤에프가 코스피(유가증권) 이전 상장을 검토 중이다. 이미 코스피 진입에 충분한 ‘체급’을 갖춘 만큼, 이전 상장이 현실화되면 중장기 운영자금 확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주가 부양 문제 해결 등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엘앤에프는 19일 미확정 풍문 해명 공시를 통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거나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예정이다.

국내 양극재 제조사들의 코스피 이전상장 가능성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엘앤에프의 경쟁사인 에코프로도 올해 3월 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을 준비 중이란 소문이 돌았던 바 있다.

이전 상장은 말 그대로 규모가 커진 상장기업이 보다 큰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절차다. 국내 증시는 규모별로 유가증권(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로 구분되며 유가증권이 가장 크다. 코스닥과 코넥스는 보통 처음 증시에 진입하는 초기~중견 스타트업이 주로 속하며, 코스피는 중견기업 이상이 속한 국내 대표 증시다.

상장 조건은 상위 증시로 갈수록 까다로워진다. 예컨대 코스피는 상장 조건 중 하나로 최근 사업연도 매출 1000억원 이상, 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을 요구한다. 코스닥이 요구하는 연매출은 100억원 정도다.

대신 장벽이 높은 만큼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향상 효과는 뚜렷하다. 한국거래소 우민철 인덱스사업부 차장이 2019년 발표한 ‘이전상장에 따른 효과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공시일을 기준으로 주식의 20일 전후 누적 초과수익률은 8.22% 수준을 나타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이 2018년 발표한 연구도 “이전상장 공시일과 승인일 전후는 양(+)의 초과 수익률이 관찰되며, 유가증권시장 동일섹터 기업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이거나 코스닥시장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할수록 초과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있다.

엘앤에프는 최근 주가 우상향을 그린 에코프로 그룹 대비 상대적으로 제자리걸음하며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그러나 엘앤에프의 실적이나 미래 전망이 업계 평균에 못 미치는 건 아니다.

대신증권은 지난 6일 엘앤에프에 대해 “현재 주가는 국내 경쟁사 대비 벨류에이션 부담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그동안 주가 할인 요소였던 원재료 내재화 및 탈중국화 부족 요인은 점진적 해소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엘앤에프는 지난 3월 홍콩 시노리튬과 국내에 수산화리튬 정제공장을 세우기로 했으며, 6월에는 LS와 1조원을 투자해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차세대 흑연 음극재 개발 추진을 결정하는 등 리스크 해소 및 추가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테슬라를 고객사로 둔 국내 유일의 양극재 제조사란 점도 글로벌 시장에 어필 가능한 경쟁력 중 하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스피 이전은 주가 부양과 더불어 투자금 추가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의 이전 상장은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 저변 확대 효과가 수반된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특히 해외투자자들은 코스닥보다 규모가 크고 기업의 수준이 검증된 코스피 상장사를 선호한다. 엘앤에프가 향후 국내외 생산능력(CAPA) 확대를 지속하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자본 유치도 중요한 과제다. 이미 지난 4월 싱가포르에서 양극재 설비 투자를 명목으로 5억달러(약 6337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 바 있다.

이밖에 일각에서 기대한 공매도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총이 커진 엘앤에프가 코스닥에 있으면 공매도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유가증권은 코스피200 전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어 관련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전상장 검토 소식이 전해진 19일 엘앤에프 주가는 전일 대비 17.47% 오른 27만9000원을 기록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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