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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로톡 사태’ 답은 나와 있는데 법무부만 모른다?

이나연 기자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가 지난 20일 오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징계 변호사 이의신청 관련 심의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 3월에서 6월, 6월에서 이달로 심의 일정이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열린 회의에서 업계가 마주한 결론도 결국 ‘미결(未決)’이었다. ‘제2의 타다 사태’라 불릴 정도로 수년간 이어져 온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 직역단체 간 갈등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가 4시간이 넘도록 고민한 끝에 로톡 가입 변호사들을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처분 적절성 판단을 결국 다음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앞서 법무부는 변협으로부터 징계 처분받은 변호사들이 작년 12월8일 이의신청을 제기한 뒤 징계위를 개최하는 데만 무려 7개월 이상을 소요했다.

법무부 징계위는 변협 징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 3개월 내로 징계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징계위는 ‘사안의 중대성, 신중하고 심도 깊은 논의 필요성, 다른 징계 사건과의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의 기간을 연장한 데 이어,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정치권과 업계가 즉각 유감을 표하며 다시 한번 법무부에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7개월 기다렸는데 또?…연일 질타받는 법무부

21일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법무부 결정을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협이 로톡에 가입한 123명 변호사를 징계한 진짜 이유는 새로운 경쟁이 싫기 때문이다. 변협이 이권 카르텔이 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면 ‘법조 카르텔’부터 깨부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쟁하면 이익이 줄어들므로 카르텔 적은 경쟁이다. 카르텔을 혁파하는 최선의 방법도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로톡은 변호사 시장 내 경쟁을 장려하고 법률 소비자인 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협회는 “그간 변협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법무부에 이의신청한 뒤 징계위원회가 열리기까지 7개월이나 걸렸다”며 “그 사이 리걸테크 시장은 우리나라만 제자리걸음하고 있고, 해당 기업은 혁신의 싹이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아무리 징계 결정 기한에 강제성이 없더라도 법상 변협 관리감독 기관인 법무부가 계속해서 결정을 미루기만 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사회적 갈등 분야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사업을 예측할 수 있도록 빠른 판단과 결정, 해석 등으로 사안을 정리해 줘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 동안 누구보다 준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 변호사 직역 단체는 국가와 사회를 기만하며 신산업 성장에 족쇄를 채워 왔다”고 부연했다.

[ⓒ 로앤컴퍼니]

◆해외는 리걸테크 친화적인데, 한국만 ‘불청객’ 취급

판단 주체인 법무부와 로톡과 대척점에 선 변협을 제외하면, 업계 전반이 로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 로톡 사태가 리걸테크 산업을 비롯한 신구 산업간 갈등들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어서다. 리걸테크업계만 봐도 혁신 위축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잇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 리걸테크 스타트업은 7000여개가 넘고 유니콘 기업은 7곳이 활약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리걸테크 기업이 30여개에 그치며 유니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국내 리걸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로톡 변협 간 갈등은 로톡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업도 점차 어려워졌다. 올 초에는 직원 절반을 내보내기로 했고, 지난해 6월 이전한 신사옥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업계에선 해외와 비교해 한국만 리걸테크에 있어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고 우려한다. 인접 국가인 일본 경우에도 리걸테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리걸테크가 본격화된 지난 2014년부터 리걸테크 기업과 협업해 변호사법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해외 법조계가 시대 흐름에 맞춰 서둘러 기술을 안착시켜 업계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선 로톡 서비스가 경찰과 검찰, 헌법재판소 등 이미 많은 국가기관으로부터 합법이라는 사실 확인을 여러 차례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에 로톡을 비롯한 법률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고 탈퇴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심지어 법무부도 지난 2021년 로톡 서비스가 광고형 플랫폼으로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에 이어 또 다른 플랫폼인 ‘로앤굿’도 최근 형사고발과 가입 변호사 징계를 예정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법무부 변호사징계위 심의가 결론 없이 속행돼 아쉬움이 크다”며 “말이 속행이지 징계위원 소집 일정 등을 고려하면 차기 위원회가 언제 잡힐지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 희망고문에 또 놓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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