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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요금 고착화된 방송시장…"펀드 통한 투자 활성화 필요"

강소현 기자
[ⓒ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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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K-콘텐츠 산업이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도약하려면 콘텐츠 재투자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찬구 연구위원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콘텐츠 투자재원 관련 제도 개선 방안’ 을 주제로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호서대학교 변상규 교수는 저가 요금제가 고착화된 현 방송시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결합상품이 통신상품 판매를 위한 미끼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방송시장 저가구조 고착화 및 콘텐츠 산업 육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통신시장과는 달리 국내 방송시장은 국제적으로 유별난 저가시장이 형성되어 왔고, 방송사업매출의 한계는 국내 방송영상 콘텐츠 산업의 만성적인 재원부족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할인율의 기계적인 형평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2022년 기준 IPTV 사업자 매출에서 방송사업매출 비중은 13%에 지나지 않는 반면, 컴캐스트(Comcast)의 경우 2022년 기준 브로드밴드 매출은 36.9%, 케이블 매출은 32.1%를 차지하고 있다고 변 교수는 분석했다.

게다가 방송시장의 주 재원인 방송광고 매출 역시 경기침체로 크게 줄고 있다며, 광고시장에서 인터넷 기반 OTT 사업자와의 차별적인 지위로 인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 교수에 따르면 유튜브는 2022년 약 76050억원의 광고매출을 기록했으며, 넷플릭스는 광고요금제를 출시하면서 5년 후 광고매출이 약 2687억원~37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22년에 네거티브 규제체계 도입을 중심으로 방송광고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운영했으나 여전히 시행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광고금지품목도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가 인정되는 품목에 대해 광고금지 해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이찬구 연구위원은 콘텐츠 제작 투자가 곧 경쟁력이 된 시기임을 고려하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정적이고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기준으로 넷플릭스는 약 773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143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린 반면 국내 사업자는 약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글로벌OTT와 경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투자 확대를 위해 정책금융·모태펀드 등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 중이지만, 좀 더 전향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모태펀드의 경우 대기업 투자 제한, 장르별 제한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의 유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중기부의 모태펀드는 제작수익지분 60%를 지급해야 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거래 제한 규정에 의해 10%이상 출자 시 자사 작품에 투자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또한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으나 관행상 드라마와 OTT 분야는 투자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간벤처펀드의 경우도 콘텐츠와 관련한 부문(영상/공영/음반 및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비중이 타 영역(ICT서비스, 바이오/의료 등)에 비해 저조한 수준으로 투자자금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규모 자본이 콘텐츠 산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펀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모태펀드의 경우 드라마·OTT 분야는 대기업이 중소제작사와 공동제작할 경우 신청을 허용하고 제작수익지분도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콘텐츠 분야에 한해서 출자자가 자본 출자 시 자기 작품에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제한 규정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전략적 투자 개념의 신규 매칭 펀드를 운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모태펀드의 태생이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이므로, 이와는 별도로 기업 규모의 제한이 없는 신규 펀드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대규모 자본 유입을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 활용, 벤처투자 과세특례 개정, 특례상장제도 활용, 글로벌 국부펀드 유치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제도와 관련해서도 이 연구위원은 제작비 세액공제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단일한 방안(공제율)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추가공제)을 적용함으로써 제작 투자 확대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최근 세액공제 비율이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낮은 공제율은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같이 직전3개년 투자 평균보다 높을 경우 추가 인센티브 제공, 기업규모별 차등적 공제율보다 제작비 규모에 따른 공제율 적용 방안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콘텐츠의 성공여부 중 주요 배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제한하는 것은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제작비 제외비용 규정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 알칸사스 주나 뉴욕 주, 프랑스의 경우, 주요 역할자(Above the line Crew)는 모두 적격비용으로 인정하고 비주요 역할자(Below the line crew)에 대해 추가 공제하고 있다 .

끝으로 이 연구위원은 세제지원제도의 사각지대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송콘텐츠 제작은 대부분 외부 투자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손익이 없다고 제작비에 대해 세제혜택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제도 목적 달성 및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환급가능형 세제지원제도 등으로 모든 콘텐츠 사업자가 투자하는 제작비에 대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실질적인 투자 촉진 및 경쟁력 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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