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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CEO 삼파전…관전포인트는?

권하영 기자

KT가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새 사외이사 7명을 선임한 지난달 30일 오전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 모습.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사실상 경영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KT를 새롭게 이끌 차기 대표 후보군이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인으로 압축됐다.

각각 LG 재무통, 정통 KT맨,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장점을 무기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과연 누가 KT의 차기 수장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두고 회사 안팎의 관심이 고조된다. 세 최고경영자(CEO) 후보 사이의 관전포인트를 꼽아봤다.

◆ 외부인사냐 내부인사냐

이번 CEO 후보군은 2명의 외부 인사와 1명의 내부 인사로 좁혀졌다. 김영섭 전 사장과 차상균 교수는 KT 재직 경험이 없는 외부 지원자인 반면 박윤영 전 사장은 KT가 한국통신이던 1992년 입사한 인물로 회사 내부에서도 신임을 얻고 있는 내부 인사다. 다만 이번 경선에선 내부 인사가 가지는 이점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KT 내부 직원들이 선호하는 인사를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여당에서 KT 내부 출신이 대표가 되는 데 비판적인 점은 오히려 걸림돌이다. 직전 KT 대표 경선에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 사장이 ‘내부 카르텔’이란 명분으로 정치권의 공격을 받았던 전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이번 경선에서는 설득력이 크지 않은 주장이다. 새로 선출된 KT 이사회가 정당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단지 내부 인물이라는 이유로 이사회가 뽑은 후보를 배척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 LG맨 대 KT맨의 대결?

LG맨 대 KT맨의 대결구도도 눈에 띈다. 김영섭 전 사장은 럭키금성상사(옛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이래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부장 및 상무에 오른 정통 LG맨이다. 2003년 LG CNS로 넘어가면서 IT업계에 발을 들였고 CFO로서 회사 살림을 챙기며 재무통이란 수식어도 얻었다. 2014년 LG유플러스에서 1년여간 재직 후에는 LG CNS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반대로 박윤영 전 사장은 1992년 한국통신(현 KT)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입사해 SK로 이직했다가 다시 KT로 돌아온 이후 KT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쭉 KT맨으로 지낸 인물이다. 그만큼 어느 정도 회사 장악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 박 전 사장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KT 직원들로부터 차기 대표 1순위로 뽑히기도 했다.

언뜻 불리해 보이는 대결이지만 50여개 계열사와 5만명 이상 임직원을 가진 KT가 그동안 방만경영으로 지적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에서 김 전 사장과 같은 구조조정 전문가가 올 경우 대대적인 사업재편으로 조직쇄신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물론 ‘순혈주의’가 강한 KT 특성상 LG유플러스 출신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는 공격의 대상이다.

◆ 두 경영인에 맞서는 석학

김 전 사장과 박 전 사장이 각각 LG와 KT에서 다년간 기업 경영 경험을 쌓았다면, 차상균 교수는 이에 반해 학계 인사라는 점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지목된다. 국내 빅데이터 분야 석학으로 AI도 잘 아는 전문가인 만큼 최근 통신 산업에 불어닥친 ‘탈(脫)통신’ ‘트랜스포메이션(DX)’ 트렌드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산업계 인사가 아닌 교수 출신 인사의 경영 전문성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

물론 차 교수도 과거 스타트업을 경영한 경험은 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TIM(Transact In Memory)’을 창업해 세계 최초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HANA를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업체 SAP에 매각한 적이 있다. 다만 KT 이사회가 짧은 기업 경영 경험을 얼마나 높게 쳐줄지가 관건이다.

◆ KT CEO, 낙하산 논란 벗을까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주 중으로 후보 3명에 대한 심층면접 심사를 진행해 KT 대표이사 후보 최종 1명을 확정할 계획으로, 해당 후보는 8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하지만 벌써 후보 선정 과정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KT 소수노조인 KT새노조는 28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고교동문인 후보가 공교롭게 두 명으로, 낙하산 논란이 예상된다”며 “내부에서는 후보 선정과정에서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과 차 교수의 경우 이관섭 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인 것으로 알려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세 차례나 차기 대표 후보로 선정됐다가, 번번이 국민연금공단과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구 전 대표 사퇴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후 대표 후보에 오른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 역시 당시 여권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며 선임을 막았고 결국 그 역시 사퇴했다.

이처럼 KT의 CEO 선임 과정이 이미 정치권의 개입으로 얼룩져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KT 이사회는 남은 선임 절차에서 최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어느 후보가 돼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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