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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2 누누티비 방지책’ 내놨는데…콘텐츠업계 ‘환영’·‘우려’ 공존

권하영 기자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7월31일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불법 유통 방지대책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당정이 ‘누누티비’와 같은 K-콘텐츠 불법유통 플랫폼을 척결하기 위해 나섰다. 최대 3배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강력한 대처로 불법유통을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업계는 이를 적극 환영하면서도 이같은 정책의지가 흐지부지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 정부,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 발표

1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유관부처와 함께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을 추진한다.

이번 대책은 콘텐츠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후속조치 일환이다.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관계부처 협의체’ 논의와 업계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전일 오전 열린 민·당·정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불법사이트 모니터링-심의-차단 속도를 높여 콘텐츠 불법유통을 봉쇄하고, 불법사이트 운영자 수사·검거를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것, 문체부 특별사법경찰의 과학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의 저작권 인식을 전환하는 것 등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불법사이트 자동 탐지 분석 시스템 개발 ▲모니터링 대상 플랫폼 확대 통한 불법사이트 신속 적발 ▲저작권 침해 사이트 접속차단 심의 기존 주 2회에서 상시 심의로 변경 ▲미국 국토안보부와 합동수사팀 구성 ▲미국영화협회와 저작권 침해 공동대응 ▲문체부 저작권 침해 수사팀을 ‘저작권 범죄 과학수사대’로 재편 ▲저작권 보호 존중을 위한 인식전환 프로젝트 등으로 요약된다.

◆ 징벌적 손배 도입 등 국회도 힘모으기로

그동안 정부는 지속적으로 콘텐츠 불법유통 플랫폼을 단속해 왔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 2회 통신심의를 통해 저작권 위반 정보를 심의했으나 빠른 대응이 어려운 것이 숙제였다. 대다수 불법유통업자들이 추적이 어려운 해외에 서버를 두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까닭에 검거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정부 단속을 피해 또 다른 대체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특히 국내 OTT 콘텐츠들을 무단 복제해 배포한 대형 불법유통 사이트 ‘누누티비’가 등장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누누티비가 지난 7개월간 운영되면서 누적 접속자는 8300만명에 이르렀고 이로 인한 업계 피해는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누누티비의 경우 당시 관계부처의 적극 대응 덕분에 최근 폐쇄됐지만, ‘제2의 누누티비’가 나올지 모른다는 업계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회는 정부의 이번 대책 외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관련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뜻을 모을 예정이다. 지난 31일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 민당정 협의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양형 기준을 상향해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과 박완주 무소속 의원 법안이 뼈대가 된다. 이용호 의원안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액 대비 최대 3배, 박완주 의원안은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 콘텐츠업계 환영과 동시에 우려도 잔존

콘텐츠업계는 우선 이러한 당정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의지와 당국의 엄정한 처벌이야말로 불법유통을 위축시켜 근본적으로 척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콘텐츠 제작업계 한 관계자는 “당정이 대대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불법유통업자들에게 강력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완벽히 근절은 어렵겠지만 국내 사업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평했다.

물론 우려도 남아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지금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다 들어갔다고 보여진다”면서도 “개중에는 입법논의가 오래 걸릴 만한 것들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예컨대 인터넷제공사업자(ISP)나 콘텐츠전송네트워크사업자(CDN)를 통한 접속 차단 문제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은 모두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

콘텐츠 불법유통을 통한 범죄수익이 국가에 귀속되는 문제도 더 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법유통이 적발되면 정부 자산으로 압류돼 귀속이 되는데 물론 피해를 당한 저작권자는 향후 민사를 통해 피해액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저작권들이 피해를 본 것인 만큼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저작권자에 보상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콘텐츠업계는 정부와 국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불법유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정부 당국이 계속 의지를 가지고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을 차단하고 검거하면서 불법유통이 돈이 안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반짝하고 그쳐선 안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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