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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제도권 편입되는데, 코인마켓거래소는 울상…"준비금 30억원 마련 어려워"

박세아 기자

[ⓒ은행엽합회]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중소 코인마켓거래소들의 영업 전망이 이전보다 훨씬 불투명해졌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1단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했다. 이어 은행권도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최소 기준을 정했다.

특히 은행권이 실명계좌 발급 및 유지를 위해 가상자산거래소들에 최소 30억원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오는 9월부터 요구할 방침이어서 코인마켓거래소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가 해킹·전산장애 등으로 부담할 수 있는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기준을 정했다. 하지만 코인마켓거래소들은 당장 마련하기에 재무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세계적 금리인상에 따른 크립토윈터로 시장 사업자 1,2위인 업비트와 빗썸을 제외하고 나머지 원화마켓거래소는 물론이고 코인마켓거래소도 모두 영업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인마켓거래소 거래량은 전체의 0.06%에 불과하다. 거래소 수수료 이익이 매출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코인마켓거래소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5대 원화마켓거래소가 거래량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코인마켓거래소들은 원화마켓에 입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실명계좌 발급에 사활을 걸어왔다.

현재 은행권과 실명계좌 발급을 합의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수리를 넣은 코인마켓거래소로는 현재 한빗코가 있다. 한빗코의 경우 대주주인 상장사 티사이언티픽으로 자본금이 타 거래소보다 많다고 여겨져 30억원 마련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티사이언티픽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한빗코 순자본은 약 72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이외 다른 거래소들은 상황이 쉽지 않다. 이미 경영난으로 임금 체불과 구조조정 등 폐업직전까지 간 곳들이 다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얼마전 한 거래소는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한것은 물론 이외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라며 "시장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며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이어 "기존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에 따르면 준비금 마련 또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보험가입의 선택사항이 있다"라며 "대부분 코인마켓거래소는 부담이 덜한 보험금 마련에 무게를 뒀겠지만, 이번 은행연합회 발표로 준비금과 보험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가 생겼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 이상 시장에서 버틸 수 없어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을 결정하는 거래소가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투자자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생겨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30억원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산출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보이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각 사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기존 원화마켓만 따져보더라도 30억원이 해킹 피해 발생 시 고객의 피해를 온전히 보상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라며 "또 해킹 보상 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면, 규정된 준비금이 피해자를 위한 실질적 보상보다는 가상자산 거래소 진입을 막는 또 다른 규제 장벽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 수가 줄어 안타깝지만, 이번 준비금 30억원 마련이 업계 정화에 도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그동안 일부 은행에서는 30억원 이상 준비금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라며 "만일 성실하게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려고 노력했던 거래소라면 이번 준비금 명문화가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코인마켓거래소가 원화마켓에 입성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차별화 등 소비자 유인책이 마땅지 않다"라며 "실명계좌발급 전에 비즈니스 방향을 바꾸는 게 오히려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박세아 기자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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