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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콘텐츠 표류시대…FAST 주목하는 제작사

강소현 기자

[ⓒ LG전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수년 내 플랫폼에서 편성 가능한 콘텐츠 수가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PTV(인터넷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는 물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까지 위기에 직면하면서, 콘텐츠 수요처 역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작사는 새로운 콘텐츠 유통처로 ‘FAST’(패스트)에 주목하고 있다.

3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주재로 진행된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부 제작사 관계자들이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와 함께, 플랫폼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플랫폼 위기에 따른 편성 감소 우려 탓이다.

[ⓒ KB증권]

최근 플랫폼에 콘텐츠를 편성하기 위한 제작사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매해 제작되는 콘텐츠 수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플랫폼이 편성하는 콘텐츠 수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규모 제작사 경우 이미 콘텐츠를 제작해도 편성할 플랫폼이 없어 표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이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사의 제작 편수는 2020년과 2021년 연 140편에서 2022년 연 160편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OTT가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로 진입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커진 데 따른 영향이다. 현재 편성된 콘텐츠가 통상 2~3년 전 이미 기획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수년 내 편성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OTT 상황은 크게 어려워졌다. 2022년 기준 티빙은 1191억원, 웨이브는 1213억원, 왓챠는 5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티빙은 약 1.5배, 왓챠와 웨이브는 두 배 이상 커진 규모다.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도 예외는 아니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인 뒤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를 벌였지만, 지난해 영업적자만 40만달러에 이르렀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 사업을 철수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상 넷플릭스를 제외한 모든 OTT는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마 ‘킹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최문석 이사는 지난 6월 진행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투자 활성화 및 금융지원 협력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식에서 “글로벌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편성을 줄이면서, 제작에 대한 위험부담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

이 가운데 제작사들은 새로운 콘텐츠 유통처로 최근 FAST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로쿠의 ‘더 로쿠 채널’,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 컴캐스트의 ‘쥬모’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FAST 플랫폼이다. FAST는 FreeAd-supportedStreamingTV의 앞자리를 딴 단어로, 광고를 보면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 가능한 스트리밍 서비스다. 스마트TV를 켜면 첫 화면에서 FAST 플랫폼이 앱의 형태로 뜨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료방송 요금이 비싼 해외 시장에서 FAST는 이미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받아 왔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는 이런 수요에 힘입어 오는 2025년까지 FAST 플랫폼을 포함한 글로벌 AVOD 스트리밍 시장이 2600억 달러(약 338조52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국내에도 FAST 플랫폼은 있다. 삼성전자 ‘삼성TV플러스’와 LG전자 ‘LG채널’이 대표적이다. 해외와 달리 국내의 경우 TV 제조사가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그 배경엔 TV 판매량의 감소가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TV출하량은 전년보다 5.2% 감소한 4625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는 더 이상 제조사가 TV판매를 통한 일회성 수익에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제조사는 FAST 플랫폼을 통해 광고매출과 TV판매수익 이원화된 수익구조를 가져갈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스마트TV는 OTT, FAST, IPTV 등 빅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가 모여 있는 디스커버리 플랫폼이 되고 있다”며 “스마트TV 안에서 콘텐츠 플랫폼 간 다채로운 번들 상품이 나온다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 역시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이다. 이에 제조사 역시 향후 제작사와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의 점유율이 높다는 점에서 FAST는 국내 제작사의 해외진출 통로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기준 글로벌TV OS시장에서 타이젠의 점유율은 21.8%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구글 안드로이드로, 점유율은 42.4%였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FAST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FAST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거나 삼성 등 제조사에 콘텐츠를 탑재하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이 둘은 결국 같다. FAST 플랫폼을 구축하더라도 제조사에 탑재하지 않곤 해외 시장에 콘텐츠를 유통하기 쉽지 않다. 삼성 등과 협력해 하나의 FAST 플랫폼을 함께 구축한다면 각개격파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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