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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첫 성적표' 진옥동‧임종룡, 닮은꼴 신임 금융지주 회장들

권유승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왼쪽),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신한금융‧우리금융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왼쪽),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신한금융‧우리금융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신임 회장들이 각각 비은행 계열사의 약세로 초라한 첫 성적표를 거둬들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부진한 실적으로 리딩금융의 타이틀을 되찾지 못했으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3위권으로 반짝 등극했던 지주사 순위를 또다시 꼴찌로 마감시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9조1824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8조9662억원 대비 2.41% 늘었다.

리딩금융의 왕좌를 지킨 KB금융은 순익 2조9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하나금융도 16.6% 늘어난 2조209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반기기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순익이 감소했다. 신한금융은 2조6262억원으로 2.1% 줄었다. 우리금융은 1조5386억원으로 12.7% 쪼그라들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는 와중에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오히려 부진한 실적을 선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들 금융지주사는 지난 3월 각각 신임 회장들이 취임해 첫 성적표를 받아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KB금융에 패한 신한금융…우리금융은 또다시 꼴찌

우선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인 2분기 순익의 경우 1조2383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무려 10.8% 빠지며 리딩금융의 탈환이 무산됐다. 2분기 손익 관련 신한금융 관계자는 "보수적 충당금 적립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판관비 증가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 호실적을 거둔 KB금융과의 실적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KB금융이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의 순익 격차는 지난 1분기 111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705억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이같은 실적 격차는 비은행 부문에서 크게 갈렸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계열 순익은 전년 보다 1.7% 감소한 반면 KB금융은 9.3% 증가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을 제치며 3위권으로 올라선 우리금융도 임종룡 회장 취임 후 고꾸라지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전인 1분기 순익의 경우 8.6% 증가한 9113억원을 기록했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상반기 실적은 비이자 부문에서 상반된 수치를 보였다.

우리금융은 이자이익이 7.5%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21.99% 급감했다. 이에 반해 하나금융은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이 무려 196.5% 급증했다.

◆비은행 부문 개선 시급…보험 계열사 주목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경쟁사들보다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는 것은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가 미흡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은행 부문 중 보험이 그룹 순위를 가를 핵심 계열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올 상반기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보험사 계열사의 성적 격차가 컸다.

신한금융은 주요 보험 계열사인 신한라이프가 3117억원의 순익을 달성했지만, 신한EZ손해보험이 13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내며 그룹의 실적을 견인하지 못했다. 반면 KB금융은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 생명이 각각 5252억원, 2157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그룹 실적에 상당 부분을 기여했다.

우리금융도 보험사 인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 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지 않다. 우리은행의 수익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자장사'를 일삼고 있단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금융의 경쟁사로 꼽히는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보험 계열사로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사를 추가로 들이기 위해 최근 KDB생명 본격 실사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이라면서 "특히 보험 계열사의 포트폴리오에 따른 경쟁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여러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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