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AI의 반격' 네이버·카카오·LG, 하반기 혁신에 올인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이 격변의 시대를 맞이했다.
챗GPT 출시 이후 AI 기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빅테크뿐만 아니라 한국 토종 기업들까지도 AI 경쟁력을 강화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거대언어모델(LLM) 상용화에, LG는 전문가용 AI 플랫폼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더 편리한 삶'을 위한 이들 기업의 고군분투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달 24일 차세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추진하는 AI 사업의 새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학습한 매개 변수(이하 파라미터)는 2040억개에 달해, 챗GPT의 기반인 GPT-3.5(1750억개)를 능가했다.
데이터는 AI 기술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정비하고, 관련 운영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초거대 AI를 실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AI 업계 관계자는 "이달 발표에서 네이버가 수익 모델을 구체화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며 "이미 수차례 초거대 AI와 관련 서비스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모은 만큼, 이번 발표에서 '원모어씽'(One More Thing)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4일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B2B(기업 간 거래)의 경우 좀 더 이른 시기에 매출적 관점에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 부분에 역량을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 창작 및 생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 하이퍼스케일 AI 개발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도 AI 사업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 하반기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AI 모델 '코GPT 2.0'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비용 합리적인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파라미터 규모가 큰 AI 모델의 경우 기업이나 개인의 이용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3일 콘퍼런스 콜에서 "파라미터 수로 보면 60억, 130억, 250억, 650억개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라며 "누가 먼저 초거대 생성형 언어모델을 구축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비용 합리적으로 적절한 모델을 만들어 적용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카카오는 AI 기술 활용을 다각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으로 코GPT 기반 AI 모델 '시아'는 시집을 펴내고 있다. 미디어 아트그룹 슬릿스코프가 수집한 시를 토대로 코GPT 모델이 작법을 학습하면, 다양한 시제로 작품이 생성되는 방식이다. 시아가 만든 시는 공연에서 활용되고 있다.
LG는 대중보다 전문가용 AI를 개발하는 데 심혈을 쏟고 있다.
사업 개발과 연구 효율성을 높여줄 초거대 멀티모달 AI '엑사원 2.0'가 대표적인 예다.
LG가 지난 7월 공개한 엑사원 2.0은 ▲유니버스 ▲디스커버리 ▲아틀리에 등 세 가지 플랫폼으로 나뉜다. 공개 데이터에 의존하는 챗GPT와 달리, 4500만건의 전문 문헌과 3억5000만장의 이미지를 학습한 게 엑사원 2.0를 관통하는 장점이다.
엑사원 유니버스는 사전 학습한 데이터와 각 도메인별 최신 데이터를 포함해 근거를 찾아내며 답변을 생성한다.
유니버스 플랫폼에 질문을 입력하면 전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장의 심층 답변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해당 답변이 어떤 논문을 근거로 생성됐는지도 각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신소재·신물질·신약 등의 심층 문서 이해를 돕는 플랫폼이다. 심층 문서 이해(DDU)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화합물이 기존 물질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예측한다.
엑사원 아틀리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LG생활건강은 아틀리에를 통해 심해 이미지를 구현한 뒤, '숨37' 패키지 디자인을 완성하기도 했다.
LG는 일단 B2B 사업에 집중하고, 추후 B2C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할 예정이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생성형 AI와 가상 공장 등 신규 어젠다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너도나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AI를 낙점한 가운데, 대규모 자본 투자가 용이한 주요 기업들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라며 "AI 산업 발전을 위해 상생을 외치면서도 기업 간 신경전이 꽤 격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고 해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라며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마련해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곳이 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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