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못 따라와”…삼성·SK, 선의의 경쟁→초격차 확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메모리 반등 신호가 하나둘씩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호황 맞이’에 나선 상태다. 반기 이상 적자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등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참가 기업 중 가장 많은 이목을 끈 것으로 전해진다.
FMS에 참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키옥시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부스를 차렸으나 우리나라 기업만큼 사람이 몰린 곳이 없었다. 삼성과 SK의 위상을 알 수 있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성능(8채널 기준)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 5.0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PM9D3a’ ▲생성형 AI 서버에 적용되고 있는 높은 전력 효율의 ‘PM1743’ ▲고집적도를 구현한 ‘256테라바이트(TB) SSD’ 등을 공개했다.
이중 PM9D3a는 8채널 컨트롤러 기반 PCIe 5.0 데이터센터용 SSD로 업계 최고 성능을 구현한다. 참고로 채널은 SSD를 제어하는 컨트롤러가 낸드의 데이터 입출력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단위, PCIe 5.0는 4.0 대비 대역폭이 2배로 커진 32초당기가트랜스퍼(GT/s)를 지원하는 차세대 PCIe 통신 규격이다.
PM9D3a는 8세대 수직구조(V) 낸드플래시 기반 제품이다. 전 세대 대비 약 2배 성능이 향상돼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고객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전력 효율은 약 60% 높였다.
회사는 PM9D3a 7.68TB, 15.36TB 제품을 2.5인치 규격으로 연내 양산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중 3.84TB 이하 제품부터 최대 30.72TB 제품까지 시장 수요에 맞춰 다양한 폼팩터와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321단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4차원(4D) 낸드 샘플을 소개하면서 관심을 받았다. 기존 230단대에서 단숨에 100단 가까이 올린 것으로 업계 최초 시도다. SK하이닉스는 321단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321단 1Tb TLC 낸드는 이전 세대인 238단 512기가비트(Gb) 대비 생산성이 59% 높아졌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더 높은 단수로 적층해 한 개의 칩으로 더 큰 용량을 구현할 수 있어 웨이퍼 1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체 용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아울러 회사는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도 챙긴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낸드 솔루션 제품인 PCIe 5세대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기업용 SSD(eSSD)와 UFS(Universal Flash Storage) 4.0 관련 내용도 발표했다. 다음 세대인 PCIe 6세대와 UFS 5.0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양사는 D램 분야에서도 2~3발 앞선 상태다. 여러 개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엔비디아, AMD 등을 중심으로 폭발하는 시점에서 두 회사는 세대교체, 생산량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선제적으로 4세대인 HBM3를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 개시했고 삼성전자도 하반기부터 납품 예정이다.
또한 모바일 D램, 차량용 D램 등 서버 이외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세가 거세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모터쇼 참가를 확정했다. SK하이닉스는 미디어텍, 오포 등 중화권 고객과 협업이 활발하다. 이들은 이전 세대 대비 대폭 성능을 향상해 미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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