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가격 후려치기를 기회로"...소니 뚫은 에코프로 양극재, 日 파트너십 10주년 달성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세계에서 배터리 셀을 가장 잘 만드는 소니를 뚫자"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이 2009년 전구체 투자 위기로 사활 기로에 놓였을 당시 임원들을 독려하며 제시한 목표다. 이름도 생소한 중소기업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워보였지만 현실이 됐다. 현재 에코프로가 세계 점유율 1위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사로 성장한 시작점이다.
에코프로는 30일 소니-무라타 제작소로 이어지는 일본 배터리 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10주년을 맞아 자사의 성장 스토리를 공개했다. 에코프로는 2013년 8월 소니에 처음으로 하이니켈계 양극소재를 납품했으며 2017년 무라타가 소니의 배터리 셀 사업을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소부장 기업 중 일본에 직접 소재를 공급한 건 당시 에코프로가 최초였다. 소니는 1993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으며 당시만 해도 세계적인 셀 메이커에 속했다.
에코프로가 현재 그룹의 중추인 양극재 사업에 발을 디딘 건 전구체 사업 경쟁사의 강력한 견제 때문이었다. 2009년 상장 자금으로 배터리 소재 라인을 증설한 에코프로는 당시 kg당 6~7달러에 전구체(양극재 주요 소재)를 공급했는데 경쟁사가 3달러 후반대로 가격을 낮추는 '치킨게임'을 시작한 것. 이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했던 에코프로는 수개월만에 공급을 포기하고 사업 철수를 염두에 둬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전 회장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전구체 사업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하이니켈 양극소재(NCA) 개발에 사업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확실한 기사회생을 위해 목표로 설정한 소니의 문턱은 높았다. 2010년~2011년 일본 '배터리 저팬' 행사에 2년 연속 소니 바로 옆에 전시관을 마련해 제품 테스트를 간곡히 요청한 결과 2011년 전시회 이후 한국에 귀국하기 직전 소니의 미팅 제안을 받는데 성공한다.
에코프로는 첫 미팅에선 소니의 요구 품질에 부합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소니가 2012년 가을 자사의 품질 담당 TF를 직접 에코프로 충북 오창공장에 한달 간 파견해 '품질 과외'를 실시한 결과, 하이니켈 양극재 품질이 크게 개선돼 2013년 8월 5톤의 양극재를 소니에 시험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시험 공급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품질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소니는 2015년 3월 에코프로가 정식으로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자국 외 기업에 문을 연 것은 당시로서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에 2015년 에코프로는 오창에 제 3공장을 준공하고 연간 4300톤의 생산능력(CAPA)을 확보했다. 양극재 판매량은 당해 2000톤으로 전년보다 2배 증가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NCA 양극재 시장에서 일본 스미토모에 이은 2위에 올라섰다.
소니로 맺어진 일본과의 관계는 여전히 끈끈하다. 소니가 2017년 배터리 사업부를 무라타제작소(이하 무라타)에 매각했지만 무라타는 여전히 에코프로로부터 매년 수천톤의 양극재를 공급받고 있다. 무라타는 반도체 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 분야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며 다양한 전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후 에코프로는 일본을 발판 삼아 삼성SDI, SK온 등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사들로 고객사를 확대하고 영향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양제헌 에코프로 마케팅실 이사는 "무라타는 에코프로 배터리 양극소재에 대해 품질을 보증하는 등 두터운 신뢰관계를 맺고 있다"며 "10년 우정의 무라타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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