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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숨통 트일까…다시 추진력 얻는 ‘자율규제’

이나연 기자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겸 기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겸 기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해 말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윤석열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가 다시금 동력을 얻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를 기회로 인식하고, 정부 신뢰를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전망이다.

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제3차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겸 플랫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관계 부처는 플랫폼 기업들과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성과를 돌아보고 자율기구 법적 근거 마련과 범부처 플랫폼 실태조사 추진, 자율규제 이행점검 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관해선 엄정 대응하는 한편, 플랫폼과 입점업체·소비자 등 관계에서는 자율규제 성과가 더욱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플랫폼 기업들도 자율규제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며 현재 추진하는 자율규제 방안을 비롯해 향후 계획을 밝혔다.

먼저 네이버는 경제학·소비자·법학 등 다양한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규제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윤리 정책을 강화한 AI 체크리스트를 수립하는 등 기술윤리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를 추진한다. 쿠팡은 앱 내 소비자 주문 화면에 검색·추천 순서 결정 기준을 공개하고, 당근마켓은 분쟁조정센터를 설치한다.

구글은 제품·서비스 정책에 관한 ‘투명성 센터’를 설립하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자율분쟁조정협의회 구성을 준비한다. 야놀자는 미성년자가 예약할 때 숙박업소 주인이 예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소비자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는 정부의 이러한 행보를 긍정적인 신호로 인식한다.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일으키자, 자율규제를 외치던 윤 정부도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규제 강화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해 카카오 먹통사태를 계기로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행위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 분야 전문가로 꾸려진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율 개선 전문가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플랫폼 독과점 규율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만 17개가 발의된 상황이다.

그러다 오픈AI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규제 상황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됐다. 해외 빅테크가 먼저 AI 기술 개발 전쟁에 뛰어들며 ‘AI 기술 주권’ 필요성이 대두됐고, 규제에 앞서 IT산업 진흥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덩달아 규제 강화 기조도 다소 누그러졌다.

한편, 정부는 보다 시야를 넓혀 개인정보보호 등 기존 플랫폼 독과점 이슈에서 벗어난 사안에 대해서도 기업 자율규제 제도 개선 지점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달 ‘온라인 플랫폼 분야 자율규제 제도 개선 및 발전 방안 연구’ 용역 공고를 올렸다. 이는 개인정보보호에 있어 플랫폼 민관협력 자율규제 확대를 위한 신규 분야 발굴과 개인정보처리 환경 조사 및 이슈 발굴을 위한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플랫폼 특성상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규제 사각지대가 있기에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민관이 협력해 자율규약을 제정하자는 취지”라며 “이번 연구 결과의 정책 반영 여부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나,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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