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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매각 난항?… 배고픈 우리금융에게도 '계륵'

권유승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MG손해보험 본사 전경.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MG손해보험 본사 전경.

-우리금융, 유력 인수사로 거론되지만 보험사 인수엔 미온적

-비은행 강화 시급하지만 MG손보 자금수혈엔 부담 느낀 듯

-보험업계 "차라리 롯데손보, 동양생명 등 인수하지 않을까"

-MG손보, 당국 주도 매각에 새 주인 찾는 건 시간문제 전망도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계륵(雞肋)', 먹자니 가성비가 안 나오고 안 먹자니 그거라도 아쉽다.

우리금융지주가 매물로 나온 MG손해보험에 여전히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비은행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정작 자금 수혈이 필요한 보험사 매물에는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새로운 주인 찾기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 반해, 유력 인수사들이 인수전에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면서 MG손보의 매각이 안갯속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말 개최된 한 행사에서 "보험사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 역시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우량 보험사가 나온다면 보험사 인수합병도 검토하겠지만, 증권사 인수합병을 우선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MG손보 유력 인수사로 우리금융이 꾸준하게 거론돼왔던 것은 우리금융의 빈약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다.

실제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 1조53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 감소했다. 2분기 순익 기준으로는 무려 31.6% 급감한 6250억원을 나타냈다. 4대 금융지주 실적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함이 더 두드러졌다.

우리금융지주 실적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순익 기여도는 83.9%에 달한다. 다른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보다 10~20%p 높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난 4조4130억원으로 나타나 '이자장사' 일삼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G손보가 보험사 매물로 나오자 아쉬운대로 우리금융이 서둘러 인수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 컸던 것이다.

우리금융이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을 뿐더러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를 통한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봤을 때 우리금융이 MG손보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부실금융기관이라는 꼬리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말 기준 MG손보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했다. 부채가 자산을 1139억원 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MG손보의 올 1분기 킥스 비율은 82.56%다.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킥스 비율은 65.01%에 그친다.

킥스는 올해부터 적용된 새로운 지급여력비율이다.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는 보험사의 자산 상태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수준이다. 이 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등 제재가 가해진다.이에 우리금융이 MG손보를 인수하더라도 추가적인 자금 수혈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업게 한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금융이 재무 건전성이 낮은 MG손보를 굳이 품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면서 "만약 최근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동양생명 정도의 보험사가 시장에 나온다면 눈길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우리금융이 손해보험업을 인수할 계획이 있다면 MG손보보다는 차라리 롯데손해보험이 낫지 않겠나"고 언급했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MG손보 인수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MG손보의 매각이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에 비중이 실리는 모습이다.

최근엔 또 다른 유력 인수사로 거론되던 교보생명마저 MG손보 인수에 시들해졌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어서다.

종합 금융지주사를 계획했던 교보생명은 앞서 손보업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해 손보사 인수에 관심을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손보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실제로 MG손보를 떠안기 위한 자금은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MG손보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결국엔 MG손보가 새 주인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MG손보 대주주인 JC파트너스와 부실금융기관 지정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MG손보의 사법리스크도 해소된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누군가 MG손보를 인수해 가길 원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이 불발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면서 "MG손보를 P&A방식으로 인수하게 되면 실제론 금액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인수자 입장에선 가격적인 부담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했을 시 향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자금 수혈은 당국 차원에서 어느정도 지원해주는 방안까지 제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MG손보의 인수자 선정을 위한 예비입찰은 내달 5일까지다. 중견 사모펀드 운용사가 MG손보 인수 의사를 전한 가운데, 복수의 사모펀드 운영사가 MG손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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