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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페이’ 자금 대신 관리한다…‘선불금 관리 대행’, PG업계 새먹거리 될까?

오병훈 기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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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PG업계가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에 맞춰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흔히 ‘ㅇㅇ페이’로 이용자에게 친숙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과 관련해 이용자 보호 규제가 촘촘해진 만큼, 관련 규제 준수 업무를 대행해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형태 수익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사업 목적 자체가 금융당국 이용자 보호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2일 PG업계에 따르면 다날·헥토파이낸셜 등 PG사들은 전금법 개정에 발맞춰 ‘선불전자지급 수단발행업(이하 선불업)’을 대신해주는 일명 ‘선불전자지급수단 예치금 관리대행’ 사업(이하 선불금 관리 대행업)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 등 사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부로 시행된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발생한 일명 ‘머지포인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것으로, ‘ㅇㅇ상품권’ ‘ㅇㅇ포인트’ ‘ㅇㅇ페이’ 등으로 알려진 ‘선불전자지급 수단(이하 선불수단)’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머지포인트 사태 때처럼 기업이 이용자 예치금을 유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관리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대부분 선불수단 관리대상 됐는데…“선불업 대행해줄 사람 어디 없소?”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선불업자에 이용자 선불충전금 완전한 보호를 위해 선불충전금 전액(100% 이상)을 별도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했으며, 별도 관리를 할 때는 국채증권·지방채증권 매수, 은행·우체국 예치 등 안전한 방법으로 운용하도록 했다.

이같은 이용자 보호의무가 적용되는 선불업 등록대상도 넓혔다. 예컨대 개정 전에는 모바일상품권은 1개 업종(예: 소매업)에서만 사용돼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나, 해당 요건을 폐지한 개정 법에서는 대부분 모바일 상품권이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돼 이를 운용하는 기업은 선불업 등록 대상이 된다.

사실상 선금 충전을 통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재화를 운용하는 대부분 기업이 선불업을 등록해야 하는 셈이다. 새롭게 선불업 등록대상 사업자는 법 시행일 이후 6개월 이내에 등록요건을 갖추어 선불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일부 PG사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틈타 선불업자 등록 요건을 충족하기 힘든 기업을 대상으로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선불금 관리대행 사업 모델을 고심 중이다. 주요 PG사에서는 일찍이 선불업 등록 마쳤으며, 예치금 관리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수요만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 없이 당장이라도 관련 업무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 수익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선불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20억원 이상 ▲전산업무 종사 경력 2년 이상 임직원이 5명 이상 ▲전산 기기, 백업 장치, 각종 전자금융 프로그램 ▲정보보호시스템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선불수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기업 입장에서는 PG사에게 업무를 대행하는 방법으로 개정안에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다날에서는 일찍이 지난 5월 '선불 대행 통합 관리 API'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날이 선불예치금을 대신 직접 보관, 관리해주고, 다날 만의 원스톱 솔루션으로 간편하게 선불업자 등록 요건 및 관리 규제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헥토파이낸셜에서도 관련 수익 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증권사에서도 이를 이유로 헥토파이낸셜 성장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헥토파이낸셜에 대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결제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신규 사업인 해외 정산과 선불업 및 전자지급결제대행(PG) 대행에 따른 업사이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현재 선불금 관리대행 문의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해 시장 조사 및 수익성 조사를 실시해 추가적인 수익모델을 도입할 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카토 주요 전금업자는 ‘글쎄’...금융당국 곱지 않은 시선도

다만, 선불금 관리대행 사업 특성상 기업 간 거래(B2B)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용자 대상 거래 서비스(B2C)에 힘을 주고 있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 등 주요 전자금융업자(전금업자)에서는 해당 사업 진출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세 기업 모두 국내 주요 전금업자인 만큼, 일찍이 선불업자 등록을 마쳤으며, 금융당국으로부터 집중 관리를 받으며 쌓은 선불 예치금 관리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B2C 사업에 쏟아야 하는 사업 역량을 선불업 관리 대행업에 분산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시장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3사 모두 해당 사업을 운영할 역량은 되지만 당장 사업 진출 필요성은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3사 입장에서는 B2B 중심 사업보다는 B2C 중심 사업에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불금 관리대행 사업 자체가 금융당국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용자가 예치한 선불금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자체 관리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개정됐으나, 제 3자에게 자금 관리 대행을 맡기는 행위 자체가 금융 당국이 의도한 ‘자금 운용 투명성 확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사항은 없다”며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ㅇㅇ페이’로 인식하고 돈을 예치했는데, 실상은 다른 회사가 해당 자금을 운용하는 상황은 자금 운용 투명성을 높이자는 금융당국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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