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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과기정통부 “알뜰폰 도매의무 필요” 이유는 “공란”…부실입법 논란

권하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 영구화’라는 강도 높은 규제를 추진하면서도, 정작 규제영향분석서는 부실하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와 관련해 정부가 정책목표 및 필요근거에 대한 명확한 검토도 없이 단순히 관성적으로 연장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2016년과 2019년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 연장’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규제개혁위원회에 부실한 규제영향분석서를 제출했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는 시장지배적 이동통신사업자가 알뜰폰 사업자들에 의무적으로 통신망을 도매제공해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2010년 9월22일 처음 시행됐다. 다만 이 제도는 이동통신사업자에 강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인 만큼 3년 일몰제로 도입됐고, 2013년·2016년·2019년에 각각 연장되었다가 작년부로 연장 없이 일몰됐다.

문제는 과기정통부가 그동안 알뜰폰 도매의무 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규제영향분석을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절차상 모든 정부부처는 입법예고한 법안에 대해 규제영향분석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데, 이는 입법이 필요한 근거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함으로써 불필요한 규제가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작성한 2016년도 규제영향분석서에는 ▲알뜰폰 도매의무 연장과 관련해 규제 유형을 ‘강화’가 아닌 ‘신설’로 분류했고 ▲‘대안 선택 및 근거’를 묻는 평가항목에는 도매규제에 관한 내용이 아닌 ‘요금신고 의무 관련 규제’의 내용이 맥락 없이 기입돼 있는 등 오(誤)기재된 내용이 확인됐다.

또한, 2019년도 규제영향분석서에서는 ▲‘규제목표’를 묻는 평가항목을 아예 ‘공란’으로 비워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목표’를 공란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정부가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이를 설명해 줄 정책목표나 필요근거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부른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2016년도 규제영향분석서만 하더라도 ‘규제목표’에 대해 “현재 알뜰폰 38개 사업자 기준 2019~2020년에는 BEP(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3년간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추가 연장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 시점에 알뜰폰 업계가 수익성을 확보할 전망인 만큼 그 전까진 제도 연장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실제 통신사 자회사 및 금융권을 제외한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은 2019년 120억원 영업손실에서 2020년 405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이정문 의원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는 2018년~2022년 5년간 합산 9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즉 과기정통부가 2016년도 규제영향분석서에서 제시한 규제의 도입 목표를 이미 달성한 상황이고, 이는 2019년도 규제영향분석서에서 규제목표를 공란으로 비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결국 명확한 정책 필요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부가 관성적으로만 규제를 강화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에도 국내 알뜰폰 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몰제 폐지 및 의무제 영구화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대신 이번에는 과기정통부가 직접 입법하지 않고 국회 입법에 힘을 싣고 있는데, 이는 결국 규제 심사를 회피하기 위해 정부 입법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한편 이정문 의원은 이와 같은 정부의 관성적 규제 강화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7월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매년 연차별·단계별 성과목표 및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그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해 국회에 제출 및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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