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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제친 토종 1등 OTT? ‘쿠팡플레이’ 선전을 보는 다른 시선

권하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제각각이다.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예상 외 선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쿠팡플레이가 기존 OTT와는 결이 달라 성과를 단언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쿠팡플레이 앱 사용자는 634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쿠팡플레이가 단일 OTT 사용자 수 6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쿠팡플레이는 전년 동월(402만명) 대비 232만명이 늘어 경쟁사 중 증가폭도 가장 컸다. 동 기간 넷플릭스 증가폭은 35만명에 그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쿠팡플레이의 선전을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빅데이터 분석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8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로 562만5295명을 확보하면서 넷플릭스(1226만명)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국내 OTT 중에서는 539만8255만명을 기록한 티빙을 제치고 1위 플랫폼이 된 셈이다. 한때 토종 1위였던 웨이브(439만명)와는 이미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쿠팡플레이는 2020년 12월 쿠팡의 유료 구독상품인 ‘와우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OTT를 무료 제공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K리그 및 해외축구나 미국 프로풋볼(NFL) 같은 스포츠 콘텐츠에 특화한 전략으로 충성심 높은 사용자들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더불어 SNL코리아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오리지널콘텐츠도 일부 선보이면서 마니아층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쿠팡플레이의 성장세에 기존 티빙·웨이브로 대표되던 토종 OTT 구도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사실 이들 사업자에는 씁쓸한 현실이다. 티빙의 경우 국내 콘텐츠 강자 CJ ENM이 KT ‘시즌’까지 흡수해가며 세를 확장한 플랫폼이고, 웨이브 역시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해 야심차게 출발한 곳이다. 대대적 투자보다 멤버십 혜택 제공에 의의를 둔 쿠팡플레이에 밀려난 것은 사실 뼈아픈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OTT 업계에서는 쿠팡플레이의 득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쿠팡플레이가 ‘스포츠’라는 특화 콘텐츠를 내세우곤 있지만 거꾸로 보면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때가 아니라면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쿠팡플레이의 일간활성사용자수(DAU)는 들쑥날쑥한 편이다. 8월 평균 DAU는 평일 67만명 수준인데, 이는 티빙(124만명)이나 웨이브(108만명)에 크게 못 미친다.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OTT 시장 플레이어로 볼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쿠팡은 이미 서비스 초기부터 쿠팡플레이의 성격을 멤버십 혜택으로만 국한했고, 실제 타 OTT와 달리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 의지도 없는 상황이다. 쿠팡플레이가 오리지널에 투자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런 전략 차이로 인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흥행작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중에 공개되는 OTT 관련 성과 지표는 MAU뿐인데, 사실 업계에선 그보다 실제 비즈니스모델에 영향을 미치는 ‘유료 가입자’ 지표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유료 가입자 지표를 보면 티빙과 웨이브가 국내 OTT 중에선 여전히 건재한 것이 사실이고, 다만 이 지표는 외부에 공개되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체감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 모두 해외 진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쿠팡플레이의 성장을 ‘반짝 효과’로만 취급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레이의 틈새 시장 전략이 거꾸로 해외 시장에서 보면 티빙과 웨이브가 취해야 하는 포지션인 것”이라며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가면서 한국 OTT만의 특화 경쟁력을 쌓는 전략적 벤치마킹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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