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되풀이되는 포털 서비스 종료 엔딩, 이대로 괜찮나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내년 총선 때까지 대내외 리스크로 국내 포털들 ‘수난시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가짜뉴스에 대한 포털 책임을 묻는 정치권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뉴스 검색 알고리즘 인위적 개입 논란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사실조사를 받는 네이버에 이어 이번엔 다음이 집중 표적이 됐다.
논란의 불씨는 다음스포츠가 서비스하는 ‘클릭 응원’에서 시작했다. 지난 1일 치러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해당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팀을 클릭해 응원한 비율이 한때 전체의 90% 이상을 넘긴 것이다. 지난 2015년 3월 다음이 처음 선보인 클릭 응원은 로그인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는 기능이다. 많은 이용자가 참여하고 수시로 양 팀을 응원할 수 있도록 비로그인 기반에 응원 횟수 제한도 두지 않았다.
로그인해 제한적으로 작성하는 기사 댓글과 완전히 다른 성격이나, 정부와 여당은 국내 포털에서 자국이 아닌 중국을 더 많이 응원하는 이상 현상을 두고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당장 오는 11일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드루킹 시즌2’ 재현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국민의힘)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이 이번 논란에 대해 다음 책임론을 적극 펼치는가 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일 오후 클릭 응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한중 축구 8강전 응원 통계에서 2개 해외 IP가 심야 시간대에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정치권 주장대로 구체적인 배후 세력이 있는지를 떠나,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보기술(IT)업계가 늘 아쉬움을 표하는 지점이 있다. 여론 조작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더라도 한 번 논란에 휘말리면 포털이 서비스하던 기능들이 종료 수순을 밟는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네이버도 다음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 네이버는 모바일 앱에서 일부 시범 운영 중이던 콘텐츠 추천 서비스 ‘트렌드 토픽’을 지난 7월 중 정식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실시간 검색어’ 부활이라는 논란에 시달리다 끝내 도입을 철회했다.
당시 네이버는 트렌드 토픽이 검색뿐만 아니라 각자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개개인 맞춤형 서비스라는 점에서 과거 실검 형태와 완전히 다르다고 해명했음에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네이버는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리면서 최근 논란과 무관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테다. 업계도 네이버가 정치권으로부터 ‘실검을 부활시키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온 데 대해 부담을 느꼈으리라 추측한다.
정치 이벤트를 목전에 두고 여론 잡기가 절실한 정치권에선 포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론 조작 가능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이 내놓은 신규 서비스가 무엇이든 간에 문제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 수위가 정도를 지나치면 자칫 기업 경영권을 간접적으로 침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온라인 플랫폼 경우, 이용자 유입을 위해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들은 규모와 상관없이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긍정적인 반응이 오지 않더라도 서비스 고도화를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IT 기업들만 논란에 따른 서비스 중단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페널티다.
한국에선 미국 IT 기업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가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 잡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말 발행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에서 국내 응답자의 53%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 비해 9%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46개 조사 대상국 평균(30%)보다 23%포인트나 높은 결과다.
구글과 유튜브가 국내 대표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톡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각종 조사 지표 역시 매달 쏟아지는 상황이다. 해외 플랫폼인 유튜브가 토종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 영향력을 완전히 집어삼킨다면 이 결말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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