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도 없이 인터넷언론 심의하려는 방심위, 책임 물어야”…위원장 고발 예고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근거도 없는 인터넷언론 심의를 강행하는 방통위의 파행적 운영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심위는 언제든지 규정을 무시해도 되는 기관으로 전락해 신뢰를 잃을 것이다.”
김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은 2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심위 가짜뉴스 대책의 문제점 진단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방심위 야권 측 위원인 김 위원은 최근 방심위가 ‘가짜뉴스 근절‘을 이유로 인터넷언론에 대해서도 심의를 하겠다고 나선 상황에 대해 “저를 비롯해 야권 추천 위원들 그리고 사무처 직원들까지 반대 뜻을 밝혔음에도 류희림 위원장 체제 방심위는 합의제 기구로서 최소한의 합의도 없이 강행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언론에 대한 심의 근거도 없이 이를 결정한 것은 관련 규정을 어긴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이런 식의 파행적 운영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 방심위는 위원장 의중에 따라 언제든지 파행 운영을 해도 되는 기관이 돼 정말 해야 할 정당한 심의 기능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심위는 소관법인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인터넷언론 또한 전기통신망으로 유통되는 만큼 심의 권한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다르게 보고 있다. 이미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따르고 있는 인터넷언론을 방심위가 심의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를 넘어서는 이중·중복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감사직을 맡고 있는 김준현 변호사는 이날 토론에서 “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상으로, 불법정보는 전기통신망법상으로 규제하면 되고 그 이상은 (방심위의)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며 “심지어 방심위의 통신심의 규정은 법도 시행령도 아닌 방심위 자체 규정일 뿐”고 지적했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은 “과거 인터넷신문 등록규정을 기자 3인에서 5인으로 바꾸는 신문법 시행령에 대해 2016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밝힌 내용을 보면, 이미 인터넷언론의 공적역할과 규제방향이 관련법에 충분히 존재하므로 이중규제가 필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회장은 이어 류희림 방심위원장에 대한 공개 질의 형식으로 “제도권 언론과 비제도권 언론을 구분하고 비제도권 언론을 심의하겠다는 방심위원장의 발상을 규탄한다”며 “인터넷언론 심의는 법령에 없는 그 자체로 위법하기 때문에 심의는 즉시 철회하고, 공식 사과 및 기획을 강행한 류희림 비롯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토론에 참석한 언론노조 측은 “류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내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이에 공감하며,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는 명백한 불법이자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필모 의원은 “최근 방심위가 뉴스타파 인용보도를 한 방송사에 대해 무차별적인 징계를 내린 것은 법원에서 위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며 “단순히 비판 이전에 (방심위가) 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 또한 “가짜뉴스를 판단해야 할 주체가 정부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한 공감대였고 규범이었는데 이 정부가 이것을 깨뜨리려고 한다”며 “법체계상 미비한 부분들을 파고들어 적극적 불법을 저지르려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날 발제를 맡은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른바 가짜뉴스 대책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전제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확한 정의와 범위를 설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허위조작정보도 민주주의 퇴행의 원인이지만, 이를 규제하려는 국가통제 역시 민주주의 퇴행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최소한도 허위조작정보 규제가 필요하다면 먼저 사회에서 합리적 토론으로 허위조작정보 범위를 어디까지 할 건지, 처벌의 규정은 어떻게 할 건지, 규제 논리성이 헌법에 위배되는 사항은 없는지 등을 합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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