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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산 타고 바다 빠지고…’애플워치 울트라2’ 써보니

김문기 기자

애플워치 울트라2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스마트워치를 100만원 이상 주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

애플워치 울트라2를 선택하기 전 직면하는 가장 궁극적인 물음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답은 나와 있다. 준만큼 그 값어치를 하면 된다. 그래서 또 답은 없다. 값어치를 메기는 주체가 바로 소비자, 즉 유저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애플이 애플워치 울트라2를 출시하면서 제시한 답(목적)은 ‘한 차원 높은 모험’이 가능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라는 의미다. 단순화하면 실용성에 많은 공을 들인 모델이다.

다만, 엉뚱하게도 애플의 소개와는 달리 다른 점이 먼저 눈길을 끈다. 개봉하자마자 ‘예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쁘니 차고 싶다’라는 욕구가 서서히 올라온다. 이미 왼쪽 손목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워치가 애처롭게 쳐다본다. 시계의 또 다른 지점은 액세서리로서의 심미성도 있다. 예쁘지 않으면 꺼려지기 마련이니 디자인 역시 스마트워치의 주요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애플워치 울트라2 좌측면

애플워치 울트라2는 49mm 티타늄 소재 케이스로 외관을 설계했다. 티타늄은 스테인레스 스틸보다 가볍지만 내구성이 더 높다. 내부식성도 탁월하다. 게다가 티타늄이 주는 무광 계열의 느낌도 괜찮다. 티타늄 외관은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올 수록 볼록 올라온다. 그 위에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내부 디스플레이를 보호해준다.

좌측 상단부터 거리와 페이스, 이동 경로를 계산할 수 있는 GPS와 듀얼스피커, 동작버튼, 사이렌이 위치했다. 이 중 동작 버튼은 오렌지 색상을 입혔다. 사용자가 원하는 활동을 설정 해놓을 수 있다. 우측 상단부터는 3개의 마이크가 내장됐으며, 안전 버튼과 디지털 크라운, 수심 게이지가 배치됐다. 크라운 역시도 오렌지 색상의 테두리에 굵은 톱니로 마감됐다.

애플워치 울트라2

애플워치 시리즈가 모든 버튼을 감추고 크라운만 작게 디자인한 것과 달리 울트라2는 모든 아날로그 버튼과 다이얼이 큼직하다. 오히려 이같은 디자인이 아날로그 시계와 비슷한 감성을 전달한다.

극강의 테스트를 진행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밴드는 모든 운동용으로 디자인된 ‘트레일 루프’를 선택했다. 애플은 애플워치 울트라2와 함께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루프 밴드에 ‘탄소 중립’ 마크를 새겨 넣었다. 애플이 밝힌 애플워치 울트라2와 트레일 루프 조합은 81%의 탄소발자국 감소 효과가 있다.

애플워치 울트라2와 트레일 루프 조합

애플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있음을 알리는 표지

애플워치 울트라2의 성능은 시원시원하다. 애플은 스마트워치를 위한 자체 설계 프로세서인 ‘S9 SiP’를 적용했다. 이전 세대 대비 60% 더 많은 56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을 위한 뉴럴 엔진은 4코어 구성으로 이전 대비 2배 더 빠른 성능을 갖췄다.


애플워치 울트라2는 더블탭 제스처를 사용할 수 있다. 상단에 더블탭 아이콘을 통해 인식됐음을 알려준다.

새로운 손짓 '더블탭'…독립 선언한 '시리'

튼실한 내부 하드웨어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각종 요소들을 기민하게 처리해준다. 대표적인 기능이 ‘더블탭’과 온디바이스AI ‘시리’다.

‘더블탭’은 애플워치 울트라2에 탑재된 ‘S9 Sip’ 두뇌와 애플 뉴럴 엔진(ANE)이 관여한다. ‘더블탭’이란 기기 화면을 두 차례 연속으로 터치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엄지와 검지를 두 차례 연속으로 맞닿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즉, 화면 터치 없이도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제스처인 셈이다.

더블탭 기획과 관련해 에릭 찰스 애플워치 프로덕트 마케팅 담당은 “애플워치는 워치OS 10을 통해 한눈에 더 보기 쉬운 기기가 됐고,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워치 페이스(화면)에 더 많은 공간을 제공했고 새로운 스마트 스택도 선보였다”라며, “이 모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애플워치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이 있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에어, “애플워치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간단하고 학습하기 쉬우며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더블탭을 떨리는 마음으로 선보이게 됐다”라며, “더블탭은 손이 바쁜 상황에서 사용하기 좋은 제스처로 이를 통해 다양한 앱과 알림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예를 들어 워치 페이스를 사용할 때 더블탭을 쓰면 새로운 스마트 스택을 열거나 위젯들 간의 스크롤이 가능하다. 수신 메시지도 알림에서 볼 수 있다. 더블탭으로 메시지를 확인하고 받아쓰기 기능을 통해 회신 문자를 작성하고 더블탭으로 문자를 전송할 수도 있다. 음악을 재생하고 정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블탭’은 성능과 전력효율이 향상된 S9 Sip를 통해 사용자가 하루 종일 사용 가능한 수준에서 복잡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알고리즘은 애플워치 내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광학 심박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사용한다. 이같은 하드웨어 기반을 통해 더블탭은 S9 Sip에서 구동되는 세가지 신호와 애플 뉴럴 엔진(ANE)와 결합돼 엄지와 검지가 탭하는 미세한 제스처를 감지한다.

좀 더 요약하자면 더블탭은 애플워치 페이스를 확인하기 위해 팔꿈치를 굽히면서 워치 페이스와 눈맞춤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센서가 작동하면서 사용자에게 맞춤형의 알고리즘을 작동시키게 된다. 또한 이 상황에서 더블탭은 광학 심박 센서가 연속으로 엄지와 검지가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심박 변동을 캐치하게 되고 이를 기기에 반영시켜주는 과정을 밟는다.

문제는 이 제스처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데이비드 클라크 애플 애플워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선임 디렉터는 “일상 생활 속에서 저희가 몸과 팔을 움직이기 때문에 신호 사이에 심박을 읽을 수 없는 작은 갭들이 발생한다”며, “신뢰성 있는 수준으로 제스처를 감지하려면 광범위한 범위에서 제스처를 감지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즉, 그만큼 수많은 데이터를 통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S9 SiP의 전력 효율성과 강력한 ANE 덕분에 높은 수준의 정확도와 전력을 덜 사용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구동할 수 있게 됐다. 해당되는 첨단 알고리즘은 이전 대비해서 3배 더 높은 전력 효율성을 자랑하며 정확도도 15% 높아졌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이와 비슷한 어시스티브 터치가 이전부터 있었고 구형 모델에서 사용 가능하기는 하나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제스처를 고안해 낸 셈이다.

온 디바이스 AI ‘시리’는 애플워치가 더 이상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음성비서인 시리를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혜택이 있다. 하나는 네트워크라는 하나의 과정이 사라지면서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 나머지는 개인정보 외부 유출의 우려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운동을 시작하거나 타이머를 세팅하는 것과 같이 인터넷의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받아쓰기 또한 정확도가 25% 더 상승했다.


분화산 정상에서의 애플워치 울트라2 시인성

쨍한 햇빛에도 바닷속에도 '거뜬'

애플워치 울트라2의 시계 페이스인 ‘모듈 울트라’는 꽤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앱들을 이 시계 페이스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초단위 시간과 고도, 수심 등 여러 측정값들을 한번에 볼 수 있다. 각 부분을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맞춰 놓기를 권한다.

애플이 소개한 극한의 한계는 해발 고도 -500미터의 가장 낮은 계곡 바닥과 최대 9000미터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까지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의 아웃도어 상황에 대응한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측정에 난의도가 높기 때문에 간단한 분화산 등반과 수영장 등에서 활용해봤다.

각종 운동은 좌측 동작버튼을 통해 바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트래킹에 맞춰 산을 등반하면서 운동량을 측정했다. 산에 오를수록 태양빛 역시도 뜨거운 듯한 인상이다. 애플워치 울트라2는 최대 3000니트(nit) 밝기를 가지고 있어 정보를 확인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애플워치 울트라2

애플워치 울트라2

수영장에서는 애플워치가 잠기자 곧장 수중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현재 수심이 어디인지를 계속해서 알려준다. 수중에서는 자동 잠금이 되기 때문에 이를 풀려면 길게 누르기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 애플워치 울트라2가 물을 토하는 진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 물을 배출하는 장면이 너무나 급작스러워 생경하게 느껴진다.

보통 디지털 기기는 염수에 취약하다. 처음에는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계속해서 들어가다보니 그 걱정이 사라진다. 바닷속에서도 잘 버틴다. 스노우 쿨링이나 스쿠버 다이빙 때도 요긴할 듯 하다.

해변에서 사용한 애플워치 울트라2

해변에서 사용한 애플워치 울트라2

다이빙 측정도 가능했지만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시도하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 프리다이빙을 할 때 Oceanic+ 앱을 이용하면 수심이나 경과 시간과 같은 중요한 정보를 볼 수 있고 목표 수심에 도달하면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다이빙과 다이빙 사이에 '심박수 영역' 기능이 사용자가 심박수를 모니터링하고 낮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수면 시간 및 다이빙 경과 시간 등에 대해 알람을 설정해 두면 각 트레이닝 세션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때로는 소음을 측정해 알려주기도 한다. 시끄러운 공간에 있을 때 청각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별도 알림을 띄워주기도 했다.

애플워치 울트라2는 소음이 큰 곳에서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알림을 띄워주기도 했다

애플워치 울트라2 가격은 114만9000원이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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