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패권 경쟁에 뛰어든 韓 …순항 시작한 네이버, 잠시 숨고른 카카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출발선은 같았지만, 속도는 달랐다. 오픈AI가 선보인 대화 전문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정보기술(IT)업계는 너도나도 생성형 AI 기술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러한 흐름에 빠지지 않았다.
네이버는 예고한 대로 지난 8월 ‘단(DAN)23’ 컨퍼런스를 통해 차세대 생성형 AI 기반이 될 초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뒤, 이를 활용한 사업과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카카오 역시 기존 모델을 고도화한 ‘코GPT2.0’을 올해 상반기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10월 이후로 연기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과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 등 최근 불거진 각종 사법 리스크로 ‘최고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코GPT2.0 연내 발표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카카오는 조급해 하지 않고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서비스에 방점을 둔 AI 전략을 차근차근 펼칠 생각이다.
◆발 빠르게 움직인 네이버, AI 로드맵 착착
네이버는 생성형 AI가 주도하는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지난 8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 라인업과 수익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먼저 서비스 고도화 측면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이용한 새로운 검색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9월 PC 테스트를 시작한 AI 기반 검색 서비스 ‘큐:’는 이용자와 사용성이 점진적으로 확대 중”이라며 “이달부터 큐:를 PC 통합 검색에 부분 적용하는 한편, 내년엔 모바일 환경에 적용하고 멀티모달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큐:는 쇼핑·로컬 등 네이버 특화(버티컬)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환각 현상을 줄여 검색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최수연 대표에 따르면 큐:는 이용자 대상 평가에서 신뢰성에 대한 부분이 경쟁사 대비 높다는 결과도 얻었다.
아울러 네이버는 생태계 내 창작자와 사업자, 판매자가 더 편리하게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를 지속 개발 중이다. 창작자 생산성 향상을 위해 준비 중인 ‘클로바 포 라이트’는 지난달 16일 테스트를 시작했다. 최 대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AI로 작성된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이 이미 30%에 달하며 70%에 가까운 이용자에게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고주용으로 새롭게 선보일 ‘클로바 포 에드’ 경우, 이달 말 나이키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브랜드 정보를 학습한 생성형 AI와 대화 경험을 결합한 파일럿을 준비 중이다. 최 대표는 “지난 8월 발표 후 많은 광고주가 관심을 보여 내년 상반기 중 광고주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존 광고 상품 효율을 향상시키고 사용자가 광고 정보를 소비하고 탐색하는 동선 또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수익화 기회 요인인 기업(B2B)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물리적 독립성이 보장돼 보안에 강점이 있는 ‘뉴로 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는 레퍼런스가 만들어져 이달 사용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를 기업이 보유한 전문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맞춤형 튜닝이 가능하게 한 AI 개발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 업그레이드 버전도 지난달 18일 출시돼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 및 기업 고객들로부터 테스트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렇듯 기업과 소비자(B2C)뿐만 아니라, B2B용으로 고도화된 기반 기술과 자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투트랙 수익 창출 기회를 발굴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최근 네이버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AI와 로봇, 클라우드 기술 해외 확장 가능성도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가상 모형(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플랫폼 구축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아드를 포함한 5개 도시를 대상으로 3차원(3D) 모델링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한다. 이는 도시 계획과 모니터링, 자연재해 예측 등에 다수 활용할 예정이다.
◆속도보다 방향성 택한 카카오, ‘AI 콘텐츠 봇’으로 카톡 고도화부터
카카오는 경영진이 구속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까지 기업 쇄신을 위한 지휘봉을 잡을 정도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AI를 비롯한 헬스케어, 클라우드 등을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어려운 환경이나 계획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카카오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때 기존 LLM을 고도화한 코GPT2.0을 지난달 공개한다고 했지만, 지금도 발표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카카오는 이른 시일 내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결합된 ‘AI 콘텐츠 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기술 경쟁 양상이 모델 크기나 개발 속도 중심이 아닌, AI를 접목한 서비스 혁신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데 따른 일종의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9일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브레인이 자체 개발 중인 다양한 파라미터(매개 변수) 크기 파운데이션 모델 중 일부 모델은 구축이 완료된 상황이고, 글로벌에서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 파인튜닝(미세 조정)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AI 기술을 서비스에 실제 적용하는 단계에서 ▲카카오브레인 자체 모델 ▲튜닝된 오픈소스 모델 ▲글로벌 빅테크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둘 예정이다. 즉, 구현하려는 서비스에 적합한 모델을 비용 효율성 관점에서 유연하게 채택한다는 전략이다. 그 시작으로 카카오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결합된 AI 콘텐츠 봇을 출시, 연내 10여개 주제로 기술실증(POC)을 거쳐 확장성과 유효성을 검증한다.
예컨대, AI 콘텐츠 봇은 모두가 동일한 소식을 받는 ‘프로야구봇’이나 ‘프리미어리그봇’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응원하는 구단이나 선수처럼 더욱 작은 단위로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세분화한다. 이른바 ‘마이크로 버티컬 AI’를 통해 AI 콘텐츠 봇이 큐레이션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통 관심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홍은택 대표는 “AI 콘텐츠 봇에 전달하는 콘텐츠와 관련성이 높은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콘텐츠 제공을 위한 스폰서로 활동하며 광고 비즈니스로 확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카카오는 쇼핑과 패션, 뷰티 등 실질적인 이용자들의 구매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심사 경우, 콘텐츠 소비부터 실제 구매 행위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콜투액션(CTA)이 구현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홍 대표는 이러한 AI 서비스를 실제 적용하는 데 있어 비용 합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AI 호출 비용이 1원(건당) 이하가 돼야 실질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 적 있다”며 “오픈소스를 활용해 만든 파운데이션 모델을 이용해 파인튜닝하면 호출당 비용이 1원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홍 대표는 얼마 전 오픈AI가 GPT 빌더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자연어만으로 자신만의 맞춤형 챗봇(GPTs)을 구축하게 하겠다고 발표한 사례를 들며 “고객을 누가 연결하느냐의 경쟁도 중요한 AI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로서 가장 실행 빈도가 높은 서비스라는 점에서 AI 사업 부문 역시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실제 자국 모바일 메신저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홍 대표는 “카카오는 5000만명 대상이 아닌, 10만명 50만명 단위로 이용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접점이 있다”며 “추세를 보면 모델 중심 AI가 아닌 서비스 중심 AI 전략이 유효하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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