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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희망퇴직 카드 꺼낸 11번가…이커머스 판도 변화 ‘진행 중’

이안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한때 ‘토종’ 오픈마켓 강자로 활약하던 11번가가 올해 유독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다. 기업공개(IPO) 추진에 실패하고 매각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회사는 자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처음 희망퇴직 카드를 꺼냈다. 네이버·쿠팡 위주로 쏠림 현상이 강해지며 11번가 위상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평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만 35세 이상·5년차 이상 직원 대상으로, 4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11번가 희망퇴직 실시는 2018년 당시 SK플래닛에서 분리해 신설법인으로 출범한 후 이번이 처음이다.

11번가 측은 “구성원들의 다음 진로 모색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2025년 턴어라운드를 위해 지속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1년 전 안정은 11번가 대표는 하형일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에 오른 후 올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다. 실제 11번가 오픈마켓 사업은 지난 6월 전년대비 70억원 이상 개선되며 흑자전환했고, 이를 발판삼아 2025년 전체 사업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기도 했다. 이번 희망퇴직도 흑자전환 목표를 향하는 데 있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약속됐던 IPO나 최근 매각 협상 시점은 11번가에 너무 촉박했다. 단기적 관점에서 11번가 지속적인 영업손실은 부담이 됐다. 11번가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910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14.1% 줄긴 했지만, 연간 손실은 1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안정은 11번가 대표 [ⓒ 11번가]
안정은 11번가 대표 [ⓒ 11번가]

11번가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시점은 공교롭다. 11번가 IPO 계획이 무산되고 모회사인 SK스퀘어가 큐텐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다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한 SK스퀘어가 다음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정해지기 직전, 11번가 희망퇴직 신청이 발표됐다. 일각에선 11번가가 추후 새 원매자와 협상을 수월하게 하도록 자체적인 비용절감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스퀘어는 크게 두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다시 사오는 방안(콜옵션)과 FI에게 11번가 경영권 매각 권한을 넘기는 방안(드래그얼롱)이다. SK스퀘어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방향에 무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스퀘어 입장에선 11번가 지분을 되사기에도, 포기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과거 오픈마켓 강자로 꼽히던 11번가가 현재는 SK스퀘어 ‘계륵’이 된 셈이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라는 거시경제 상황과 운명을 결정짓는 ‘마감’ 시한이 있다는 점 모두 11번가에 불리한 요인이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11번가를 두고 업계에선 “이커머스 환경은 지금도 계속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11번가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G마켓과 함께 오픈마켓 양대산맥으로 활약했다. 당시 이베이코리아에 인수됐던 G마켓·옥션과 달리 11번가는 후발주자임에도 ‘토종 기업’을 강조하며 빠르게 세를 키웠고 한때 점유율 30%에 달했다.

하지만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급성장하고 네이버 역시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11번가 점유율은 점차 하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1번가 점유율은 7%로, 쿠팡·(24.5%)·네이버(23.3%)·신세계그룹(10.1%)에 이은 4위다.

특히 잠재소비층으로 불리는 1020세대 사용자들이 네이버·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 혹은 무신사 등 버티컬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면서, 11번가는 젊은층 고객을 유입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양극화 상황에서 알리익스프레스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플랫폼들 국내 진출 또한 11번가에 새 위협이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라진 11번가 위상에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정착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경쟁사의 어려움을 보고 ‘기회’라고 생각하는 회사들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쿠팡·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되는 듯 하면서도 중국 플랫폼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등 이커머스 시장은 급변하면서 불확실성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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