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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이동통신 2위’ LGU+, ‘실리’ 대신 ‘명분’ 택했다

권하영 기자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 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 LG유플러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LG유플러스가 올해 9월 기준 정부 통계상 이동통신 가입회선 수에서 KT를 제쳤다. 1위 SK텔레콤 2위 KT 3위 LG유플러스로 고착화돼 있던 통신3사 순위에 변화가 생긴 것은 3사 체제가 구축된 2002년 이후 21년만이다.

다만 LG유플러스의 이번 순위 역전은 ‘순수’ 휴대폰 가입자 수가 늘어났다기 보다는 단가가 저렴한 사물인터넷(IoT) 가입회선 수가 급증한 결과물이다. IoT 회선은 텔레매틱스 등 차량관제나 원격검침 등 원격관제 회선을 말하는데, 이러한 기업용(B2B) IoT 회선 사업에서 최근 LG유플러스가 대량 수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9월 KT의 휴대폰 가입회선 수는 1359만회선이며 IoT 회선은 218만회선으로 집계됐다. 이를 이동통신(MNO) 전체 가입회선 중 비중으로 보면 각각 79%, 13% 수준이 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휴대폰 회선이 1101만회선, IoT 회선이 600만회선으로, 비중이 각각 61%, 33%에 이른다.

가입회선의 종류를 굳이 따지는 이유는 ‘단가’ 때문이다. 휴대폰 가입자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보통 3만원대 수준인데, IoT 가입회선의 ARPU는 수백원에서 수천원 수준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순위를 역전 당한 KT 쪽에선 비싼 휴대폰 가입자와 싼 IoT 가입회선을 같은 ‘1회선’으로 보는 게 맞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LG유플러스도 사실 이러한 맹점을 잘 알고 있다. 휴대폰 가입시장은 3사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이를 대폭 늘려 순위를 역전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대로 IoT 회선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데다, 경쟁사 대비 저렴한 입찰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손쉽게 회선 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휴대폰 대신 IoT 회선을 늘린다는 것은 동시에 LG유플러스의 MNO 사업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통상 통신사들의 MNO 사업 수익성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가 ARPU다. 특히 현재로서 ARPU가 가장 비싼 5G 가입 비중이 높을수록, 통신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좋다고 짐작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그러나 ARPU가 3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 기준, 알뜰폰(MVNO)을 제외한 3사의 무선 ARPU를 보면 KT 3만3380원, SK텔레콤 2만9913원, LG유플러스 2만7300원 순이다. 전년대비 ARPU 감소폭도 KT(2.8%↑)나 SK텔레콤(2.3%↓) 대비 LG유플러스(6.4%↓)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KT는 ARPU 집계에서 IoT 회선을 제외하고 있어 양호하다 치더라도, 같은 기간 5G 가입 비중에서도 KT(70%)와 LG유플러스(61.9%)의 격차는 큰 상황이다. 3분기 LG유플러스의 전년대비 회선가입 증가율은 IoT 회선이 67.1%로, 5G(19.7%)나 LTE(13.4%)를 훨씬 능가하는 것만 봐도 회사의 무선 사업 단가가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LG유플러스는 수익성이라는 실리 대신 ‘이동통신 2위’라는 타이틀을 얻는 명분을 택하는 쪽으로 과감한 전략적 판단을 한 셈이다. 이를 두고 통신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LG유플러스가 이대로 계속해서 IoT 회선을 늘리는 전략을 고수한다면, 장기적으로 회사 실적이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첫 번째다.

보다 낙관적인 평가도 있다. 통상 이동통신 세대가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통신사는 5G의 10년 주기 중 수익성이 가장 좋은 중간 지점에 와 있다. 가입자는 가장 많이 늘어나고 각종 투자비용은 가장 낮아지는 때로, 통신사들이 작년과 올해 탄탄한 영업이익을 보인 것도 이 같은 흐름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점을 들어 “지금은 통신사가 뭘 해도 돈을 잘 버는 시기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약간의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2위라는 명분을 챙기기에 적합한 때라고 판단한 걸 수도 있다”며 “만약 가입자 둔화와 투자 증가 등 이동통신 사이클이 하향 국면이었다면 쉽게 할 수 없었을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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